[기자회견문]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민건강권 침해 심각하다!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하고 공공의료 확충하라! (2019.11.13.)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민건강권 침해 심각하다!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하고 공공의료 확충하라!
우수한 의사인력 확충과 안정적 수급방안 사회공론화 시작해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통과를 촉구한다.
○ 한국의 의사 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OECD 평균이 3.4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하다. 현재도 부족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2030년에는 의사 수 7,600명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있다.
○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과로 문제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일주일 동안 줄곧 병원에서 일하다 유명을 달리한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그 3일 전 당직실에서 운명한 길병원 故 신형록 전공의의 죽음 모두 올해 벌어진 일이다.
○ 의사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메꾸는 것은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의 몫이다. 경찰과 검찰이 나서 ‘불법’이라며 색출한다는 PA가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건의료노조의 조사 결과 42개 병원 중 69%가 PA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대학병원의 PA수는 평균 50.8명으로 가장 많은 병원의 경우 184명까지 된다.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에도 대다수 대형병원이 PA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PA뿐 아니라 의사의 아이디로 간호사가 대신 처방하는 ‘대리처방’등 의사 부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법의료’는 의료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지방의 의사 수 부족은 더욱 심각하다. 인구 1천 명 당 서울의 의사가 3명이라면, 최하위인 세종시는 1명도 되지 않는다. 1.49명인 울산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그러니 지방 병원의 의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경우 서울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임금을 줘도 의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병원의 의사 수 부족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 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고, 의료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넘어 지방에서는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지방 살면 죽고, 서울 살면 살아날 수 있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서울 강남과 경북 영양군의 치료가능사망률은 3.6배가 넘게 차이 난다. 산모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이 서울은 3분이지만, 전남은 42분에 달한다.
○ 의사인력 확충에 반대하는 그 어떤 주장에도 합리적 근거와 정당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환자안전 위협, 과소진료·저질진료·파행진료, 의료서비스 질 저하, 의료공백 발생, 의료접근성 취약, 필수의료서비스 제공 차질, 과로사, 높은 이직률, 타 직종으로 업무 전가, 불법의료 횡행 등의 폐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 보건의료노동자가 짋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의료현실은 의사인력 확충없이는 진료정상화도 의료 공공성 확보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의사인력 부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행진료와 왜곡된 의료현실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되며, 의사인력 확충과 안정적 수급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기 위한 사회공론화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 다행히도 지난 10월 24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의 양성 및 수급에 대해 국가책임이 의무화됐다. 정부는 이제 의료현장의 의사부족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공공의료대학)의 설립은 의사인력이 필요한 공공병원에 국가가 의사인력을 양성하여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첫 번째 행보가 될 것이다. 기존 안인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공공의료대학에 배정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여러 직종의 의료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해야 한다.
○ 한편 공공의료대학 설립은 공공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인력을 양성하는 해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상은10.3%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70개의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9개 지역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미충족 필수의료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뜻깊지만, 의사와 간호사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지방 공공병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인력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대책은 종잇장에 불과할 뿐이다. 공공의료대학의 조속한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필수의료기관에 의사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의사정원 확대, 의무복무 장학제도 등 다양한 방안들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고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 공공의료대학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공공의료 강화정책의 신호탄이자, 우리나라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 현재 1년이 넘도록 공공의료대학의 설립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18년 4월에 공공의료대학 설립에 대한 당-정 합의는 이뤄졌다. 교육부의 타당성 심의 또한 거쳤으며, 설계비 예산 3억까지 작년에 통과한 바 있다. 심의를 거치고 설계 예산까지 통과한 마당에 명확한 이유 없이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책임회피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만큼 당장 11월 19일 제정법공청회에서 이 법안을 다룰 것과 1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 등에서도 이 법을 지체없이 심의하고 의결할 것을 촉구한다.
○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지난 21년 동안 의료공공성 확대와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해 가열차게 투쟁해왔다. 의료공공성 확대와 공공의료인력 확보는 뗄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행진료와 불법의료 실상을 알려내고, 적정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범국민적 투쟁에 나설 것이다.
아울러 공공의료대학 설립이 공공의료 확충의 전제 조건임을 확신하며,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킬 것을 다시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2019. 11. 13.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