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밖의 우리]
10년 후의 꿈
윤효원 (보건의료노조 국제담당)

 

태국 방콕에서 국제노동기준에 관한 노조 교육을 했습니다. 현장 간부 40명이 참가했죠.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이름, 회사, 직책과 더불어 10년 후의 꿈도 말하도록 했습니다. 참고로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이었습니다.

 

40명 가운데 30명이 시골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10명 중에 6명은 자기 가게를 열고 싶어 했습니다. 2명은 노동운동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남은 2명은 승진을 해서 중간관리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10년 후에도 노동자로 남겠다거나 공장에서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교육에서 다룬 국제노동기준은 12개 항목입니다. 1)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 2)단체교섭을 할 권리, 3)강제노동 금지, 4)아동노동 금지, 5)동일노동-동일임금과 차별 금지, 6)직업훈련 제공, 7)사업장 내 노조활동 보장, 8)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 지급, 9)좋은 노동조건, 10)노조활동을 위한 시간과 공간 등 편의제공, 11)각종 회사 정책에 대한 협의권, 12)각종 회사 자료에 대한 정보권이 그것입니다.

 

공장에서 국제노동기준이 잘 이행되는 지를 ‘좋다’, ‘그저 그렇다’, ‘나쁘다’ 등 3가지 기준으로 물었습니다. 12개 공장에서 온 참가자들이 조별토론을 거쳐 공장별로 평가를 했습니다. ‘좋다’가 한 개도 없는 항목은 △노동조합 조직권, 즉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차별금지, △협의권, △정보권, △노조에 편의 및 시설 제공 등 6개에 달했습니다. 모두가 좋다고 평가한 아동노동 금지를 뺀다면, 좋다는 평가는 노동시간 5곳, 강제노동 2곳, 산업안전 1곳, 직업훈련 2곳, 생활임금 1곳에 불과했습니다. 아동노동을 뺀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것입니다.

 

공장 노동자들이기도 한 교육 참가자들은 공장 생활이 전쟁이라고 했습니다. 조합원들의 임금표가 노조에 제공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참가자 가운데 몇 명은 12시간 밤 근무를 마치고 아침 9시에 시작하는 교육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교육시간에 전혀 졸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면 대부분 일터가 전쟁터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추고, 독재와 식민지가 공장 안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공장에서 일터에서 사무실에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열심히 외쳐보지만, 열악한 현실을 폭로하는 증언을 듣고 있노라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기계나 동물처럼 취급되는 일터를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그것이 10년 후에 꿈을 묻는 질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자기 가게를 내고 싶은 열망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10년 후의 꿈이 무엇입니까? 10년 후에도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으면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동조합이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