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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투쟁 사진 카카오톡 올리는 우리 딸, '엄마는 참 멋진사람"

by 선전국 posted Jun 09, 201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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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토) 돈보다 생명캠프에선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간담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진주의료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서는 100일 여간 투쟁하며 조합원들이 느껴온 갈등과 감동, 의식의 변화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말의 결을 살리기 위해 구술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조미영, 곽은자, 최유영, 문진옥 조합원과 박진식 부지부장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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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 조미영 조합원

 

“우리 딸이요. 제가 단식하는 모습, 투쟁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줘요. 남편과 딸의 응원이 없었으면 제가 여기까지 투쟁할 수 있었을까 싶죠. 그런데 진주라는 동네가 워낙 한 다리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람이다보니 제가 이런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합원들이나 조합원들의 가족들도 많은 압박을 받거든요. 이 투쟁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합원들 중 일부도 그런 압박과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투쟁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다행이 우리 남편과 딸은 진주의료원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요. 제 인생 최초의 직장이자 마지막이고픈 직장, 그리고 간호사로서의 ‘나’가 있어야 지킬 수 있는 환자들이 존재하는 병원이란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 투쟁에 전폭적 지지를 해 주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우리 딸이 제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어요. ”엄마 오늘 못들어가. 밥 잘 챙겨먹어“라고 했더니 ”우리 엄마는 참 멋진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문자 받고 ‘아, 내가 자식들 위해서라도 이 싸움 포기하면 안되겠다’싶더라고요. 얼마전에는 딸이 ”엄마, 내가 해줄게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힘내서 열심히 싸워줘“라고 하는데, 딸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특 들데요. 이 투쟁은 이제 내가 딸에게 멋진 사람으로 남느냐, 비겁한 사람으로 남느냐의 문제더라고요. 이 지지를 받으면서요 우리 딸이. 그리고 여기 계신 여러분이 지지하는 이 속에서 진짜 공공의료 뭔지 한번 끝까지 지켜볼랍니다”

 

“부끄러운 사람 안되려고 싸웁니다”-곽은자 조합원

 

“신축 이전 전의 건물은 비만 오면 비가 샜어요. 허허벌판일지라도 새 건물로 이사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사오자마자 동료가 정년퇴임 하면서 저 혼자 일하게 됐어요. 결국 1년 내내 휴가 한 번 못쓰고 일했죠. 인력충원 이야기 할 때 마다 병원은 ‘노인병동 오픈하면 충원한다’‘병원 사정 좋아지면 충원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내가 희생하면 좋아지겠지란 마음으로 견뎠는데 결국 2월에 폐업을 발표 하더라고요. 억장이 무너지죠. 나 하나 희생하면 잘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돼버리니 이 상황으 납득이 안되더라고요. 귀족노조입네, 체불임금이 저축입네 하는 말이 비수가 돼서 가슴에 꽂혔어요. 가족에게도 이 상황에 가만히 있는것이 더 부끄럽지요. 이대로 나오면 주변 사람들도 ‘왜그냥 나왔느냐’고 물을 것이고요.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 부끄럽지 않은 사람 되려고 싸웁니다. 홍준표 지사가 나와서 우리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할 때까지 싸울거예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가족들이 잘 알기 때문에 투쟁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아요. 이것만으로도 끝까지 싸울 이유가 충분한거죠”

 

“노동조합 때문에 병원 망한것 아니냐는 말 들을까봐 무서웠어요. 그런데…”- 최유영 조합원

 

“13년이나 병원에서 일했는데 노동조합이 뭐하는덴줄 몰랐어요. 홍 지사가 폐업 발표하고 저희를 귀족, 강성노조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집단으로 매도할 때 억울했죠. 모든 여론의 질타를 받고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환자실태조사를 나가게 됐어요. 우리 병원 환자들이란 대게 장기입원환자고 가난해서 아프고, 아파서 가난해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 분들 만났을 때 사실 많이 겁났어요. ‘노조 너희들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니냐’는 질타를 받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 막상 그 분들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훨씬 진주의료원의 존재가 절실한거예요. 제가 너무 힘들어서 투쟁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어떤 보호자가 제 손 잡으면서 ‘제발 포기하지 말아달라. 의료원이 다시 문을 열면 우리를 꼭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고 마음 잡았어요. 비록 살면서 파업은 고사하고 노조활동 한번 안 해보고 투쟁이란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는데, 진짜 부끄러운건 불의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더라고요. 투쟁하는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이유가 없는거죠. 진주의료원에 와서 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어느덧 큰아이가 7살인데요 애가 놀랄까봐 일부러 엄마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이에게는 말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큰애가 감기로 힘들어 할 때 “엄마. 홍준표 도지사가 내 감기 가져갔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눈물이 쏟아지면서 지금의 불행을 우리 아이들에게 남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하면서 오늘까지 오게 됐어요.“

 

44.jpg Ⓒ보건의료노조

 

잃은 것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내가 ‘의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에요” - 문진옥 조합원

 

“저는 의료원에서 18년동안 일해왔어요. 진주의료원은 저의 과거이자 미래죠. 그런데 폐업 소식도 인터넷으로 알고 해고도 문자로 통보받았어요. 마음이 참, 허무하더라고요. 내가 뭘 잘못했나. 18년 동안 결근은 고사하고 지각 한 번을 안했는데…그리고 아직 끝난 것이 아닌데 밀린 임금이며 해고수당 같은 돈이 통장에 들어오고 인터넷에는 돈 주는 일이 끝났으니 모든 근로관계가 끝났다는 도 관계자의 인터뷰가 보도되더라고요. 절차도 없는 일방적 행정. 이게 뭔가. 나,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것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평범한 아줌마인 문진옥. 간호사이기 이전에 아이 셋의 엄마인 저는 그 때 도무지 이런 땅에서 우리 애들 못키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회의를 열어서 경상남도를 떠나자고 말했죠. 이런 데서 아무리 좋은 교육 받아봤자 지역단체장이 권력욕에 휩싸여 정의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런데서 아이가 크면 다른 것 보다 권력을 먼저 알게될거란 의식이 생긴거죠. 이렇듯 저는 이번 투쟁하면서 많은 것을 잃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것들을 얻게 됐어요. 의식을 갖게 됐고 정치에도 관심갖게되고 권력의 속성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죠. 일례로 노조가 영리병원 반대한다고 하면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닌가로 치부하고 말았는데 진짜 ‘진실’을 알게되니 겁나더라고요. 지금 제가 우리 진주의료원을 지키는데서 더 길게는 영리병원 막아내는 투쟁까지, 끝까지 싸워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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