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조뉴스



세월호 참사 171일, “산자들이 눈을 뜨지 못하면 죽은 자들이 눈 감지 못한다”

by 교육선전실장 posted Oct 04, 2014 Replies 0
Extra Form
부제목 10월 3일 밤 "팽목항, 그 간절함에 함께 하는 문화제" 열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전국 2천여  시민들 기다림의 버스 타고  진도 팽목항으로 모여 

   

세월호 참사 171일째인 3일 밤, 진도 팽목항에는 전국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모인 2천여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팽목항, 그 간절함에 함께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팽목항 문화제에는 이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29개 지역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무박 2일 일정으로 진도로 모인 시민들이 함께 했다. 매주 금요일 팽목항을 찾는 기다림의 버스가 있었지만, 전국에서 대규모 시민들이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01대한문.jpg

대한문 앞에 내걸린 특별법 제정 촉구 현수막 @보건의료노조


이날 문화제에는 보건의료노조에서도 유지현 위원장, 나순자 지도위원, 최권종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서울지역본부, 인천부천지역본부, 대전충남지역본부, 대구경북지역본부, 광주전남지역본부의 지부장과 간부 등 30여명이 문화제에 함께 했다.  


02대한문.jpg

기다림의 버스에 타기전 참가자들이 현수막에 글을 남기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3일 오전 11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서울 출발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버스에 탑승하였으며 7시간이 지난 저녁 630분경 진도에 도착했다. 미리 도착한 참가자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 VTS까지 약 2킬로미터를 침묵 행진한 뒤 팽목항에 있는 등대 방파제에 모여 저녁 8시부터 문화제를 진행했다.

팽목항에는 태풍 판폰의 영향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밤바다는 검은 파도로 일렁였다. 그러나 바람은 거셌지만 시민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나눠준 비닐 우의를 입고, 담요를 두른 채 차분하고 감동적인 문화제를 진행했다.


03대한문기자회견.jpg

출발에 앞서 기자회견 진행. 이날 전국에서 30대 이상의 기다림의 버스가 출발했다. @보건의료노조


노란 리본을 매단 빨간 등대를 무대삼아 대금 연주로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가냘픈 대금 소리와 거센 바람에 노란 리본을 매단 줄에서 작은 풍경소리 소리가 어두운 밤바다에 울려 퍼졌다. 이어 전국에서 참석한 30여명의 문인들을 대표하여 소설가 김훈 선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묶은 <눈먼 자들의 국가>를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며 후배 작가 박민규의 글을 언급하며 "우리들이 눈을 뜨지 않으면 죽은 자들이 눈을 감지 못한다" 며 함께 행동할 것을 호소했다.

시인들의 시 낭송에 이어 유가족을 대표하여 최경덕씨가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417일 여기에 처음 왔는데 그날과 온도가 비슷하다, 그날도 담요를 두르고 있었고 비가 조금씩 왔다며 참사 당일을 회상했다. 이어 한국에서 유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영정사진을 들어야 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노숙해야 하고 너무 힘들고 비참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 있는 이분들은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 되고자 한다. 왜 여러분들이 우리를 위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계속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라 누가 말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꿈이 아니다라며 울먹였다. 그리고 또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루 5~6천명씩 청와대 앞 분수대에 가겠다는데 왜 저희들은 거기를 못 가는지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고 막는다.왜 우리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여러분이 알려 달라. 언제 끝낼 수 있는지, 왜 주검조차 건져 주지 않는지 여러분이 도와 달라라며 절규했다


04진도VTS.jpg

참가자들은 팽목항에서 진도 VTS 앞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보건의료노조 도교동

 

가수 강허달씨가 인권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노래를 불렀고 어느 시인은 이란 시를 낭송했다.

허은실 시인은 어떻게 여기서 시를 읽을지 암담했다라며 제망매라는 자작시를 낭송했다.

이학년 삼반 김지현 학생의 어머니 윤경희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고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가수 이지상씨가 기다림의 노래를 부르고 난 뒤 유가족대책회의 대외협력분과를 맡고 있다는 동혁이 엄마의 발언이 이어졌다. “어제는 유가족들이 내려와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진도 군민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대한민국은 눈물로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하는 국가이다. 아픔으로 눈물로 남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게 하는 것이 국가이다. 대통령이 하는 역할이 그것인 것 같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많이들 궁금해 한다. 수용한 것이냐, 일부 수용한 것이냐 저희는 모르겠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면 추후라는 말이 왜 들어가야 하나?, 해줄거면 오늘이던지, 내일이라던지, 정확하게 말해야한다. 피해자인 유가족이 참여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가해자인 국가는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느냐?” 라고 물었다.


05.jpg

태풍의 영향으로 막팽목항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이어 많은 분들이 무엇을 도와드릴까 묻는데 첫째, 국민이 원하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해달라, 둘째, 안산 아이들이 너무 외롭다. 이곳 저곳 다니는 엄마 아빠 대신 빈 자리를 여러분들이 채워달라, 셋째, 여기 진도에 찾아주시고 물 한잔이라도 나눠달라, 마지막으로 서명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서명을 지속적으로 해달라고 호소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진실은 승리합니다.

 

다음순서로 대책회의를 대표하여 박래군 대표가 말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차가 더 이상 다닐 수 없어서 이곳을 차끝 마을이라고 한다. 차가 갈 수 없는 마지막에 유가족이 실종자들이 몰렸는데 정말 야비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웃고 조롱하고 모독하고 이제 칼질까지 해대는 그런 사람들이 특별법을 가로 막고 진상규명 가로 막고 있다. 함께 울고 함께 해온 국민들도 모독하고 있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저열하고 비열한 그들과 싸움이 쉽지 않다. 길게 가야 한다. 이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05진도리본달기.jpg

참가자들은 팽목항에 리본을 달았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박 대표는 특별법을 만들어도 시행령도 만들어야 하고 위원회 만들어야 하고 산넘고 산넘어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덮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방해를 할 것이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끌어안고 멀리 갈 수 있는 힘 다시 만들자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 마지막 한사람까지 찾아내라! ”

성난 시민들의 함성 소리가 어두운 밤바다에 별처럼 울려 퍼졌다.

이제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섰다. 사회자가 서울에서 토크 콘서트를 끝내고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했다는 김제동씨를 소개하자 나서자 여기 저기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천하의 이야기꾼이 말문을 열었다. “제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다라고 했더니 제 친구가 하는 말이 이 무식한 이 인간아 기도가 가장 큰 일이다라고 질타했다는 말로 시작했다


08문화제무대.jpg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는 팽목항 등대 앞 @보건의료노조


 

특유의 어투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을 듣는 것이 거북하다. 일부 몰지한 사람들은 대통령님을 닭에 비유하는데 용납할 수 없다. 닭은 그냥 아침마다 그냥 운다. 어제 울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다라며,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정치인 모두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약속을 한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늘에서 아이들이 이제는 밝혀 졌느냐고 묻고 있으니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은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투쟁은 지칠 수 있지만 사랑은 지치지 않을 것이라며, “나이 마흔이 넘은 어른들은 죄값을 치르고 살아야 하고 남은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 KTX 타고 유럽으로 수학여행 갈 수 있는 통일 세상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일상의 일부를 떼어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하는일이라며, 정치인들도 부디 사람(노릇)하라고 말했다.


09등대.jpg

아름다운 합창으로 문화제를 마무리 했다 @보건의료노조


자정이 넘었다. 이제 마지막 순서가 남아 있다.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잠시 무대 조명을 끄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자 실종자들의 얼굴을 그려진 등불이 거센 바람에 흔들린다.

참가자들은 함께 목청껏 부른다.


마지막 한사람까지 기다릴 테니 어서 돌아오세요.


조은화님! 허다윤님! 황지현님! 남현철님! 축구를 좋하던 박영인님! 학교 뒤산에 사과나무를 심었던 양승진 선생님!, 수영을 아주잘하는 체육선생이던 고창석 선생님!, 여동생에게 먼저 나가라고 구명조끼를 벗어주었던 권혁규님!, 권재근님, 제주에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고 아들과 함께 살겠다고 방두칸을 구해 이삿짐을 옮기던 이영순님! 어서 돌아세요. 마지막 한사람이 돌아올때까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10마치고나서.jpeg

문화제를 마치고 @보건의료노조 최권종

 

참가자들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쳐 불렀고 바람처럼 부서진 이름들이 캄캄한 진도 밤바다 위로 별빛처럼 퍼져 나갔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탑승자 주검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718일이다. 아직도 단원고 학생 5명과 교사 2, 일반인 3명이 차디찬 진도 앞 바다 속에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매주 금요일 팽목항으로 떠나는 기다림의 버스를 계속 운행할 예정이고 매주 토요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국대회를 열며, 오는 111일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아 대규모 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11우체통.jpg

하늘나라 우체통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10(당산동 121-29) (우 07230)
Tel: 02)2677-4889 | Fax: 02)2677-1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