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보도자료



(성명서) 시간선택제 활성화 대책에 대한 보건의료노조 입장(2014년 11월 12일)

by 정책실장 posted Nov 12, 2014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성명서]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에 대한 입장 (2014. 11. 12.)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는 헛다리짚기다!

일자리 숫자채우기, 나쁜 일자리 늘리기에 악용될 뿐

이직률 낮추고 재취업률 높이려면 근무조건 개선해야

행정예고 강행하지 말고 간호현장의 의견부터 들어라!

 

 

○ 보건복지부가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3교대 근무의 기피 요인으로 꼽히는 야간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간전담간호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병동간호사의 시간선택제 근무를 활성화하고 3교대 야간근무 부담을 덜기 위해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두가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젊은 간호사의 조기퇴직을 방지할 수 있고, 엄마간호사의 병원근무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은 <질낮은 비정규직 간호사 일자리 확산대책>일 뿐이며, <일자리숫자 늘리기용 임시방편책>일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기대처럼“엄마간호사의 병원근무기회를 확대하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간호사 일자리마저 나쁜 일자리로 만들어 이직률을 더 심화시키고 업무차질과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 왜냐하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젊은 간호사들이 조기퇴직하고, 엄마간호사들이 재취업하지 않는 근본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놓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들이 육아·학업 등으로 전일근무가 어렵게 되면 병원에서 퇴직하게 되고, 한번 퇴직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시간선택제 일자를 활성화하면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젊은 간호사들이 빨리 퇴직하고 한번 퇴직한 간호사들이 재취업하지 않는 핵심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며,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들의 낮은 재취업률을 해결할 수 없다.

 

○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3월~5월에 실시한 [2014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설문조사에 참가한 1만 1485명 간호사들이 응답한 결과를 보면 △주 평균 49.1시간 근무 △평균 밤근무시간 12.8시간 △1일 평균 식사시간 21.5분 △일주일 평균 결식횟수 2.3일 △1일 평균 휴게시간 15.9분 △평균 인력부족률 21% 등 근무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3.2점으로 절반값인 5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완전 낙제점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무량 29.1점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37.5점 △근로조건 및 처우 37.5점 △근무형태 40.1점으로 매우 낮았고, 반면 △업무소진 상태는 61.9점 △감정노동 수행정도는 71.1점으로 아주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66.5%의 간호사가 이직의향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 이처럼 보건의료노조의 실태조사 결과는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들의 낮은 재취업률의 근본원인이 바로 인력부족과 업무량 증가,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가 이같은 근무조건 개선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 확충과 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간호현장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책상머리정책이며, 현실적합성이 없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 실제로 간호사의 시간선택제 근무는 병원의 업무특성상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간호서비스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업무로서 고도의 숙련성과 전문성, 연속성과 협업성이 요구된다. 같은 근무조에서 근무시간의 길이가 다르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다르게 되면, 연속성과 협업성을 발휘하기가 어렵고, 업무분장과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못해 업무파행과 함께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된다.

 

○ 시간선택제와 야간전담제가 조기퇴직을 막고 재취업률을 높이는 실제적인 유인효과를 가질 것인가도 의문이다. 물론 육아·학업 등으로 인해 전일근무제가 어려워 시간선택제 근무를 원하는 간호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제도만으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야간전담제 일자리는 오히려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로 교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시간제와 야간전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 보건복지부는 시간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시간제→전일제, 전일제→시간제로 개인의 자발적 선택권 보장 △임금, 근속, 승진, 후생복지 등에서의 차별 금지 △정규직과 동일한 근로조건과 사회보장 등 시간제에 대한 완벽한 수준의 보장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시간선택제와 야간전담제는 이와 같은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전혀 없이 시간제의 근무조건을 전적으로 병원에 내맡기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시간선택제와 야간전담제가 비용절감을 위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간제근무자와 야간전담근무자를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에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간호관리료 가산수가가 전적으로 간호사의 근무조건 개선에 쓰일지도 의문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병원측이 시간제와 야간전담제 활성화를 위한 수가가산분을 간호사의 임금인상이나 근무조건 개선비용에 쓰지 않고 병원운영경비로 돌려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야간전담간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 또한,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야간근무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3교대 야간근무를 기피하는 요인은 야간근무 그 자체를 기피하는 것에도 있지만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야간근무 △너무 많은 밤근무 횟수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연속 밤근무 △늘어나는 업무량 △너무나 부족한 근무인원 △예측가능하지 않은 불규칙한 근무표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런 근무표 변경 △야간근무 이후 휴식시간과 수면시간 부족 등 열악한 밤근무환경이 야간근무를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야간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야간전담제를 도입하여 야간근무 기피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반짝용 임시방편책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하루 24시간 운영되어야 하는 병원특성성 야간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야간근무인력을 늘리고, 야간근무 업무량을 줄이며, 예측가능한 교대제 운영방식을 개발하는 등 획기적인 야간근무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따라서,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을 개선하여 시간선택제를 활성화하고 야간전담제를 도입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은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의 낮은 재취업률 문제를 해결할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양질의 간호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의 1000명당 활동간호사수(간호사와 간호조무사 포함)는 4.6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9.3명의 49.46%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활동간호사 1인당 병상수는 1.9병상으로 OECD 평균인 0.5병상에 비해 3.8배나 많으며,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환자수 비율은 1:15~1:20으로 미국(1:5), 일본(1:7), 영국(1:8.6)에 비해 3~4배 높다.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을 막고, 출산·육아로 간호현장을 떠난 간호사들이 다시 간호현장으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OECD국가의 1/2~1/3 수준밖에 안되는 간호사인력을 2~3배로 확충하여 열악한 근무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인력확충을 통한 간호사의 근무조건 개선책을 외면하는 보건복지부의 시간선택제 활성화와 야간전담제 도입책은 일자리숫자 늘리기용 임시방편책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없으며, 간호현장으로부터 외면받는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 우리는 [고용률 70%]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숫자채우기용으로 시간선택제와 야간전담제를 억지춘향식으로 강행하려는 것에 반대한다. 간호사업무는 물건을 만들거나 다루는 단순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인력집약업무이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 우리는 또한, 정규직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간호사의 야간근무, 교대근무제, 임신·출산·육아 등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일자리숫자 늘리기용으로 시간선택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려는 정책에 반대한다. 정규직이 충원되어야 할 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함으로써 근로조건의 악화, 업무수행에서 차질 발생, 책임소재 논란, 전일제근무자의 업무하중 가중, 파행근무 확산, 의료서비스 질 저하, 의료사고 위험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시간선택제 활성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일선 간호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시간선택제 활성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과 함께 타당성 여부, 적용가능성 여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당장, 병동에 시간선택제를 확대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 지 직접 간호현장을 찾아 간호사들 얘기부터 들어보길 권한다.

 

○ 보건복지부는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와 야간전담간호사제 도입 내용을 담은 고시 개정안을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행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확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열흘 정도의 기간동안 지극히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 거친 후 정부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말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겠다면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보건의료노조, 대한간호사협회 등 관련단체들과 충분한 대화와 함께 현장 간호사들과 간담회, 현장간호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 더군다나, 보건복지부는 현재 보호자없는 병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 수가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올해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시범사업은 포괄간호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인력구성과 업무분장, 수가 개발, 인센티브제 도입 등 간호체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포괄간호서비스 수가 시범사업을 잘 설계하여 제대로 추진하는 데 보건복지부의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이런 와중에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과 야간전담간호사제 도입정책을 불쑥 내놓는 것은 일관성없는 보건의료정책의 난맥상만 드러낼 뿐이며, 오로지 일자리숫자를 늘리기 위해 급조한 정책임을 증명해줄 뿐이다.

 

○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충분히 논의되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 정책과 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양질의 간호인력 충원을 통한 근무조건 개선과 포괄간호서비스 수가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에 총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11월 1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10(당산동 121-29) (우 07230)
Tel: 02)2677-4889 | Fax: 02)2677-1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