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언론보도


의료동향

<MBC시사매거진 2580>메르스 패닉 '14번 환자' 왜 놓쳤나? (20150608)

by 선전국장 posted Jun 10, 2015 Replies 0
Extra Form
기사_url http://imnews.imbc.com//weeklyfull/weekl...12262.html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사망자와 확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정부의 대처에 심각한 불신을 보내고 있고, 그 사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체 메르스의 방역 전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뚫렸으며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 이야기인가.

자가 격리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 조치인가.

환자들의 감염 경로와 행적을 추적해 정부의 방역 시스템이 어떻게 뚫려왔는지 진단해 봅니다.

======================================================================

경기도 평택시.

시내에서 3Km정도 외곽으로 가면 평택성모병원이 나옵니다.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30여명의 메르스 환자가 줄줄이 이 곳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병원은 이미 지난달 29일 완전히 폐쇄됐습니다.

인적이 완전히 끊겨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출입구는 폐쇄됐습니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태운 앰뷸런스가 건물밖 천막 진료소에 도착할 때마다 긴장감이 감돕니다.

[병원 관계자]
"(환자가) 안에 들어가면 섞여버리잖아요. 그러니까 섞이지 않도록 여기서 일단 처치할 수 있는 건 처치하고. "

이 병원은 외과의사 한 명을 비롯해 17명이나 메르스에 감염됐고, 지난 5일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추가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추적 중인 사람만 사람만 900명 가까이 됩니다.

평택 성모병원과 이 곳 삼성서울병원은 서로 68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병원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1차 유행, 2차 유행이 발생한, 그래서 가장 엄중하게 챙겨봐야 하는 곳입니다.

소위 '14번째 환자'의 행적이 그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35살 남성 A씨.

지난달 13일 폐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평택성모병원 8층에 1주일 간 입원했습니다.

그 사이 국내 첫 메르스 환자와 같은 층의 병실에 있다 메르스에 감염됐습니다.

14번째 환자가 된 겁니다.

하지만 이 14번 환자는 지난 20일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전혀 몰랐습니다.

보건 당국이 2미터 이내에서 침방울이 튈 수 있는, 이른바 밀접 접촉 가능성이 없다며 격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양병국 본부장/질병관리본부(5월 21일)]
"(첫번째 환자와) 밀접 접촉이 의심되는 64명 중에는 병원에 같이 있었던 환자들도 포함이 혹시 됩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

이 때문에 첫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날, 14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아무 문제 없이 퇴원했고, 다음날 열이 난다며 또 다시 이곳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평택에 있는 또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 사흘 간 입원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14번 환자는 두 번째 병원에서도 퇴원합니다.

그리고 평택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시외버스는 운전기사를 포함해 6명을 태우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한 14번 환자는 호흡곤란을 일으켜 119 구급차를 탔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이 때가 이미 첫번째 메르스 환자 발생 7일째였지만 바이러스가 아무런 제약 없이 대중교통에 실려 서울로 진입한 겁니다.

14번 환자는 결국 삼성서울병원에 온 뒤에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두번째 대규모 전파가 시작됐습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바로 그 날, 응급실에 누워있던 14번 환자의 옆 침대 환자를 치료하던 외과의사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겁니다.

서울에서 일어난 최초의 3차 감염이었습니다.

[권준욱 기획총괄반장/메르스대책본부(6월 6일)]
"유독 지금 ⓓ병원(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추가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곳이 현재 2차 유행의 상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이 모든 일이 보건 당국이 14번 환자의 존재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던 사이 벌어졌습니다.

35번째 환자로 확진된 이 의사 역시 나흘이 지나 고열, 기침 같은 확실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자신이 메르스 의심 환자와 접촉한 사실은 물론,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메르스 확진]
"5월 31일까지 제가 메르스 환자랑 접촉했다는 것도 아무도 통지가 안됐어요. 그랬는데 집에 갔는데 열나고 아프기 시작하니까 이거는 이상하다."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온지 19일째.

걱정 말라던 보건당국과의 말과는 달리 메르스 방역 전선은 그야말로 허무하게 뚫려버렸습니다.

2003년 전 세계적인 사스 파동 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던 철통방어가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20일.

방역당국은 메르스의 전염력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안명옥 원장/국립중앙의료원(5월 21일)]
"전염력이 이것은 대단히 낮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실은 우리 이 상황을 보시는 국민들께서 매우 걱정하실까봐.. "

자연히 격리대상도 좁게 잡았습니다.

첫 감염자와 다른 병실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날조차 '특이한 일'이라고만 넘겼습니다.

[양병국 본부장/질병관리본부(5월 28일)]
"저희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같은 병실에 있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격리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들 가운데 감염자가 속출하자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5월 31)]
"메르스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

다른 의료기관으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한 건 첫 확진 환자가 나온지 열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권준욱 기획총괄반장/메르스중앙대책본부(6월 1일)]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든지 다른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갔다든지 그럴 경우엔 (격리 대상) 숫자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주의도 화를 키웠습니다.

14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첫번째 확진자와 평택성모병원 8층에서 머물렀던 50대 이모씨.

현재 국가지정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이씨는 2580과의 통화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 사실을 정작 내부 환자들은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 8층 환자들이 갑자기 한 층 아래로 옮겨졌는데, 병원측은 "공사 때문"이라고 엉뚱한 핑계를 댔다는 겁니다.

[이00/메르스 확진]
"8층 환자들을 전부 다 7층으로 몰았어요. 명분은 병원 측에서 공사해야겠다. 근데 그 때만 해도 다들 (메르스 발생을) 까마득히 몰랐던거죠. "

심지어 병원 운영 중단 직전에는 환자들을 아무런 설명도, 대책도 없이 퇴원시켰다고 합니다.

[이00/메르스 확진]
"담당 의사들이 와서 퇴원하라고 직접 얘기를 했어요. 나가라고 퇴원 바로 해야 한다고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글쎄 저도 몰라요. 이래요 의사들이."

병원측은 당국의 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

의료기관 차원의 정보 공유도 안된 겁니다.

[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의료기관에는 적어도 공개를 했어야 하거든요. 왜냐하면 지금 중소병원들이나 이런 데서 그 환자들이 발생한지 모르고 받았다가 노출자가 또 생기고 실제 발병자가 또 생겼잖아요."

괜찮다던 사이 곳곳에서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고, 그런데도 계속 뭔가 감춘다는 인상만 주면서 불신만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동네 약국에선 마스크가 동이 나고,

[이찬형]
"주변에 있는 약국들 다 다녀봤는데요 아이들 것만 두 개 구할 수 있었어요 겨우. 그것도 한 장 남아있는 것들 억지로 구했어요."

엉뚱한 바셀린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감염자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병원 명단이 SNS에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김지혜]
"정부에서 발표해주는 정보에 신뢰성이 많이 떨어져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더 무성해서 애기 키우는 엄마로서 더 많이 불안한 게 사실이고요."

정부 부처들의 엇박자는 가뜩이나 불안한 민심을 더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와 유치원 휴업을 두고도 서로 목소리가 달랐습니다.

[ 황우여 장관/교육부(6월 3일)]
"학교장이 교육청 및 보건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적극적인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하도록 한다."

[김우주 이사장/대한감염협회 이사장(6월 3일)]
"학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휴업, 휴교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보건 당국을 못 믿겠다며 서울시가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사이에서도 불협 화음이 빚어졌습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6월 5일)]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원순 시장/서울시(6월 6일)]
"시민의 안전 앞에서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결국 정부는 오늘,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의 전체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
부작용보다는 국민 불안 해소와 메르스 사태 조기종식이 더 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항공의 발달로 발병지가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해도 우리나라가 절대 안심할 수 없게 됐는 데도 안이한 대응을 한 게 1차적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설대우 교수/중앙대 약학대학]
"2009년에도 우리가 신종 플루로 몸살을 앓기는 했지만 그때는 타미플루라고 하는 그래도 어떤 약이 있었고 또 백신도 있었어요. 총체적으로 이런 데에 대한 훈련이나 이런 게 전혀 안돼 있었던 거에요."

정부의 콘트롤 타워부터 공공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까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지현 위원장/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최초에 접촉하는 창구가 굉장히 위험할 텐데요 차라리 국가가 전국 곳곳에 좀 더 많은 지정 병원을 정해서 그런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이곳을 찾아서 검사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우선 메르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우려를 덜게 됐다는 뜻입니다.

[이주실 원장/국립보건연구원(6월 6일)]
"이 유전자정보를 공유한 각 기관으로부터 이것은 특별한 변종이 아닌 지금 중동지역에서 유행하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다."

확진 환자 중 한 명이 처음으로 완치돼 퇴원했고 또 다른 환자 4명도 퇴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과 대전 등 이미 수도권 밖에서도 양성 환자가 나오고 있어 언제 어디서 또다른 감염 사태가 발생할지 여전히 살얼음판입니다.

우선 급한 건 가속도가 불고 있는 메르스의 확산을 저지하는 일입니다.

뚫린 방역시스템의 철저한 재정비가 바로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10(당산동 121-29) (우 07230)
Tel: 02)2677-4889 | Fax: 02)2677-1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