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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노동동향

“살기위해 올라갔다! ” 70m 고공에 올라간 우리는 박근혜가 해고한 영남대병원 해고노동자입니다.

by 선전부장 posted Aug 19, 201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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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의료원 70m 상공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박문진, 송영숙 2명의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들이 해고자 원직복직! 노조탈퇴 원천무효! 의료공공성 강화! 비정규직철폐! 영남학원재단 정상화! 를 내걸고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범시민대책위
 
 뜨거운 땡볕과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린다.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지만 올해 여름은 무난히 잘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70m의 병원건물의 옥탑 위 고공은 뜨겁게 달구는 햇볕과 무더위로 인해 연신 땀을 흐르게 한다. 뜨겁게 달구는 더위가 오전에도 49.7도를 찍고 온도계는 더 이상 체크되지 않을 정도로 사악하다. 계속되는 세찬 바람은 30cm밖에 안되는 난간 때문에 고공농성장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다.
 
▲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장은 엄청난 무더위와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70m 고공농성장은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노출되어있다.ⓒ 영남대의료원범시민대책위
 
13년 전, 우리 노동조합은 잔인하게 파괴되었다. 2006년, 의료원은 2004년에 이미 합의한 바 있는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던 노조에 대해 일방적인 교섭 불참 선언을 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의료원은 노조의 모든 행위를 불법으로 내몰았고 파업 방해, 농성장 폭력 침탈, CCTV설치 감시 등 도저히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한 노조에 대한 폭력과 탄압이 진행되었다.
 
이후 병원은 오히려 정당했던 노조 활동에 대해 수 없는 고소 고발과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고 간부 10명의 해고를 포함한 28명의 징계하였고 여기에 더해 조합원 한명 한명에 대해 파업을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퇴근도 시키지 않고 해고하겠다 위협하여 끝내 조합원들을 탈퇴시켰다. 그 결과 당시 1,000여 명이었던 조합원은 70명으로 줄었을 만큼 노조 탈퇴 강요는 잔혹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의료원은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지노위,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복직한 간부들에게, 같은 사유로 징계하고 또 징계했으며 해고하고 또 해고하였고 목줄을 물고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맹수와 같이, 의료원은 노조에 대해 2차례에 걸쳐 노조의 생명과 같은 단체협약을 2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해지하였다.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는 지노위나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결에 반발하는 의료원에 의해 2010년 대법원 판결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에서 7명에 대해서는 부당해고 판정이 되었으나 끝내 3명에 대해서는 해고를 확정하였다.  
▲ 13년 전, 영남대의료원 노조는 노조와해 공작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었다. 영남대병원은 노조 활동에 대해 수 없는 고소 고발과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하고 간부 10명의 해고를 포함한 28명의 징계, 해고 위협으로 조합원들을 탈퇴시켜 당시 1,000여 명이었던 조합원은 70명으로 줄었다.ⓒ 영남대의료원범시민대책위
 
간부들이 해고되면서 우린 멍하니 시름을 잊고 지낼 시간도 없었다. 오히려 밟힐 대로 밟힌 상처뿐인 몸뚱아리로 악다구니를 써야했다. 우리는 ‘우리들의 존재’를 증명해야했고 쪼그라든 민주노조 깃발이 숨 쉬고 있음을 가냘프게라도 느끼기 위해 뿜어야 했던 그 몸부림은 무참했고 가난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해보지 않은 투쟁이 없었다. 단식, 삭발, 천막농성에 더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우고 대선후보 박근혜의 집 앞에서 돌부처님도 돌아앉는다는 3천배를 57일간 진행하였다. 17만 배가 넘는 기도와 바램이었다. 하지만 의료원도 영남재단의 박근혜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2012년 국정감사에서, 심종두가 대표로 있는 창조컨설팅이라는 노조파괴 범죄집단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영남대의료원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창조컨설팅의 기획 노조파괴 공작이 자행되었다. 이는 창조컨설팅이 영업을 위해 제출하였던 컨설팅 제안서에 성과로 버젓이 적시되어 있었고 증거들이 넘쳐났다. 이 결과 대표인 심종두는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고 창조컨설팅은 해산되었다.
 
창조컨설팅에 대한 범죄가 드러나자 비로소 머리 한편에 남겨진 영남대의료원이 자행한 노조탄압에 대한 의문이 퍼즐처럼 맞추어졌다. 당시 의료원은 노조를 아예 와해시키려 기획했고 이를 위해 노조파괴 전문가까지 고용했다.
되돌아보건대 지난 2006년도를 전후하여, 영남대에서는 박근혜의 재단 복귀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재단(박근혜 재단)의 조용한 복귀를 위해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조를 깨어야 했다. 이러한 의혹은 단지 의혹이라 하기엔 너무나 모든 것들이 척척 맞아 들어갔다.   

이렇듯 노조탄압의 배후에 영남학원재단이 있고 또 박근혜와 그 측근이 여전히 건재하며 영남학원을 지배하고 있고 영남대의료원의 기획 노조파괴는 단지 의료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감옥에 간 지금에도, 여전히 재단을 지배하고 있는 적폐들에 대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의 정상화와 해고자 원직복직은 영남학원 정상화의 첫걸음이며 또한 영남학원 재단이 정상화되고 민주화되는 과정이 온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우리 노조의 생각이자, 대구지역 노동, 시민사회단체들과 공감하고 있다.
 
▲ 70m 상공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올라간 박문진, 송영숙 두 해고자 살기위해 올라간 두 해고자의 고공농성 상공에서의 사진. 오늘(8월19일) 50일이 되었다. ⓒ 영남대의료원범시민대책위
 
나와 송 부지부장은 어릴 적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다. 부당한 현장의 일들을 개선하고자 간부가 되고 해고되면서 이처럼 오랜 기간 싸워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 나와 옥상에 함께 있는 송영숙 부지부장은 “당당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다 보니 13년이 흘렀다”라고 한다. 그녀는 “환자를 돌보며 가정에서, 직장에서 소소한 삶을 누리고 싶은 게 전부였다. 부모님도 가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가족에게 내가 잘못해서 해고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다”라고 했다. 나와 송영숙 부지부장의 마음은 이렇듯“당당하고 싶다”라는 것이다. 잔인한 노조파괴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복직도 못 한 채 물러나는 것은 내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이제 복직을 해도 정년까지 고작 2년 남짓 남았을 뿐이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던 병원 노동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머리띠를 메고 로비 집회에서 가슴 밑바닥의 한을 뜨겁게 토해냈다. 이제는 의사들이 시키는 담배 심부름을 거절할 줄 알게 됐고 ‘미스 리’에서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임금인상을 많이 하면서 ‘그동안 마이 속았다 아이가’라며 기뻐했다. 또한, 우리는 노동조합을 하면서 공정한 인사와 함께 환자, 보호자들의 인권, 의료민주화가 내 일처럼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병원의 노동자로서 자부심은 커졌고, 오히려 간호 부장은 작아 보였다.
 
조합원들의 땀과 눈물과 함성이 고스라이 담긴 우리들의 심장이요 역사이며 삶이었던 ‘노동조합’을 의료원은 풍지박살을 냈다. 지난 13년 동안, 나의 청춘이 우리들의 조직이 무참히 살해되었던 악몽 같은 시간 속에 왜 나는 죽지도 못하고 무슨 미련이 있어 살아 남아있는가? 산 목숨이 부끄럽고 모진 이 생을 어쩌지 못하고 서성이는 나는 초라했다.
 
▲ 고공농성 해고자들과 연대하는 시민과 지역사회단체들의 문화제와 응원 50일동안 고공농성장 아래에는 많은 시민들과 지역사회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응원을 하고 있는 모습. ⓒ 영남대의료원범시민대책위
 
이제 뭔가 끝을 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해고가 끝이 아니라고,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조 파괴자를 구속하고 재발방지와 노동조합 원상회복과 해고자 원직복직, 영남학원 민주화,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품에 안고 고공에 올랐다.
 
고공농성이라는 극한투쟁을 선택해야 했던 모진 13년의 투쟁의 이곳은 노조를 파괴한 것이 청부살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노조 활동에 목숨 걸어야 하는 야만의 시대를 끝내는 곳임을, 영남학원이 박근혜 악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그리고 해고자와 노동조합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노조파괴 주범이 구속되는 걸판지고 가열차고 끈기있게 유쾌하게 될 때까지 투쟁하는 전투와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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