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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징비록]“政,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조차 안해”

by 교선실장 posted Jan 04, 2016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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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징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조차 안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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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전선에 뛰어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여러 번의 기자회견에서 메르스를 통해 병원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과 인력 부족의 민낯이 드러난 만큼 인력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신종감염병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사스부터 메르스까지 우리는 감염병을 겪어 오면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메르스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도 정부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 메르스 사태 당시 노조는 어떤 역할을 했나.

 

어떻게 하면 메르스 확산을 막고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메르스 치료와 극복을 위해 자기 역할을 다 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활동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노조는 현장에서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병원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고충을 확인하는 한편 정부와 의료기관의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체계가 적절한 것인지를 살피고자 노력했다.

 

정부의 주장처럼 실제로 국민들이 메르스로부터 안전한지 제대로 알려나갈 필요가 있었다. 이에 음압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 시설과 장비에 대한 현황 파악, 인력운영과 배치 등 대응체계 기반에 관심을 집중했고, 그 결과 감염관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솔직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에 상당히 화가 나기도 했고 실망도 했다.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대응단계를 격상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컨트롤타워를 격상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 현장을 살피며 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여러가지 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병원노동자들의 안전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이었다.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상주하는 곳이 바로 병원이며, 병원 노동자들은 이들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 메르스가 지역사회 감염으로의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등 병원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염확산을 막는 가장 적극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이에 병원 감염 확산의 경각심을 저하시키는 다양한 요소를 제거하는 활동에 특히 중점을 뒀다. 인력이 부족하면 과로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로 인해 감염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국가지정 중앙거점병원으로 운영되던 국립중앙의료원부터 방문해 메르스 환자의 치료상황을 확인하고 안명옥 원장 면담을 통해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기도 했다.

 

또 메르스 상황판 운영, 위험요소에 대한 제보활동, 현장 실태조사, 병원 내 감염관리활동, 정부대책에 대한 적극적 개입, 현장에 대한 격려 등의 활동에도 주력했다.

 

- 메르스 사태 확산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우리나라의 질병관리체계의 부실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빌리자면 메르스는 중동의 작은 감기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이마저도 막지 못할 정도로 부실했다. 정부는 인력이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전세계 전염병 유행 사항 등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활동과 정보도 매우 부족했다. 오죽하면 메르스 감염 방지를 위한 행동수칙에 낙타를 접촉하지 말 것이라는 표현이 발표됐겠나.

 

두 번째는 비공개 포위 전략과 컨트롤타워 격상 문제다. 감염병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적어도 공개하지 않았을 때보다 정부에 대한 책임과 신뢰가 높아진다. 또 정보를 공유하면 적어도 국민들이 오염지역을 피하거나 대처 요령이 생기는 등 위험 회피 능력도 향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중요한 정보들을 숨김으로써 감염병 확산의 경로를 막지 못했다. 이는 국민을 믿지 않은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아울러 컨트롤타워의 격상 문제도 있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기대응 수준을 격상시키고 자원을 더 공격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므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의료기관내 감염관리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의료체계가 우리나라보다 뒤처진다고 평가되는 국가들을 보면 장비와 의료 수준은 떨어져도 응급실 규정이나 감염관리를 위한 환자분류체계, 인력 배치까지 감염관리에 대한 체계는 우리보다 튼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감염관리에 대한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이는 바로 메르스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 홈페이지를 통해 메르스 상황판을 실시간으로 운영한 것도 정부 측에서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나.

 

 

 

한국판 메르스의 숙주는 낙타가 아니라 정부라는 농담이 가능할 만큼 메르스 초기 정부 대응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노조에서 메르스 상황판을 운영하게 된 것은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대체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보다 신속하고 믿을 수 있는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보를 통제했다. 오히려 정보를 공유하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국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사스와 메르스 때를 비교해 우리의 대응체계를 평가한다면.

 

사스 때에 비하면 당연 메르스 때가 감염병 관리에 대한 시설장비 등 인프라가 훌륭하다. 하지만 사스 때와 비교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대응수준과 체계가 예전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최초 환자의 발생 이후 컨트롤타워의 문제부터 벌써 차이가 나지 않나. 국무총리가 직접 관장하는 대책본부의 수립과 차관이 운영하는 대책본부의 수립, 둘 중에 어느 쪽의 책임과 권한이 더 막강하겠는가. 다른 출발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감염병이라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었을 것 같다. 현장에서의 제보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공개한다면.

 

메르스 치료를 담당했던 간호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한 병원에서는 메르스 당시 입었던 방호복에 대한 이야기를 울면서 털어놓기도 했다. 해당 간호사가 입었던 방호복은 내부 공기 정화 장치가 충전식이었다. 방호복을 몇 차례 사용하면서 3시간이던 배터리 교체시기가 빨라졌고, 결국 3시간도 되기 전에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병실 밖에서는 교대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해당 간호사는 산소 부족으로 호흡곤란을 겪어야 했다.

 

또 메르스 초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으니 가지 말라는 문자메시지가 퍼진 일이 있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었고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이 환자들에게 발견되면서 병원은 발칵 뒤집어진 상태였다. 당시 정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비공개 방침이 눈가리고 아웅이었던 거다.

 

특히 해당 환자를 진료하거나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지침도 당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과 정부 측에서는 단순히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었다고. 비록 해당 병원이 대응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그랬지만, 정부와 병원의 부실한 대응 매뉴얼, 그리고 장비와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엄청 났다.

 

-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 노동자 근무환경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경각심 부족이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앞서도 말했듯 인력이 부족하면 바쁘게 되고 일상적인 과로상태에 놓인다. 졸음운전과 같은 상황이 현장에서 빈번할 수밖에 없다.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바쁜 만큼 낮아진다. 또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간접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의료기관의 인력 문제 개선을 주장해왔고, 이것이 의료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일류 병원이라고 선전해왔던 삼성서울병원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모두 보지 않았나. 인력부족은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를 페이퍼에 머물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인력,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 주는 것이 공중보건위기 대응책의 1순위다.

 

-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나.

 

인력 확충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만큼 정부는 어떻게 인력을 확충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를 전면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간호인력이 지금보다 확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의 수급과 확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옥상에서부터 지하까지 수많은 직종들로 구성돼 있고 누구하나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지 않은 인력은 없다. 실제로 전기 배선문제만 하더라도 당장 전원공급이 중단됐을 때 기계시설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들은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과 안전 업무의 비정규직 및 외주화 금지, 파견금지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 이와 관련해서는 김용익 의원실과 함께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준비했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수많은 법안이 존재하지만, 정작 보건의료 인력 문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나 계획을 수립한 경우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노조는 심각한 인력부족 현실을 극복하고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그리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력 확충에 주목해 왔다. 그 결론이 바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제정이다.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은 보건의료기관의 원활한 인력 수급과 근로조건의 개선, 보건의료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복지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및 환자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5년마다 보건의료 인력지원 종합계획의 수립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인력지원 및 개선에 필요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보건의료인력정책 심의위원회를 정부와 공급자 주도가 아닌 소비자와 현장 노동시민사회 단체 중심으로 설립해 운영토록 했다. 또한 보건의료인력 확충에 따른 지원의 근거도 마련하는 한편, 보건의료 인력 수급 및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원을 설치·운영토록 했다.

 

- 어느덧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다. 메르스 이후 변화된 모습을 꼽자면.

 

사스를 극복하고 신종플루와 메르스까지 경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게 문제다. 메르스라는 값비싼 대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최소한의 노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은 어렵고 힘들다.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의 반대로 지지부진하고,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자는 법안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에서 여러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대책은 내년의 몫으로 던져둔 것 같다. 사실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국회의원 총선거 등 굵직한 정치 현안들이 있는 상황에 내년에 제대로 논의조차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 메르스 당시 노조는 재발방지 대책을 산별교섭 아젠다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방역대책 개편안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나.

 

메르스 재발방지를 위해 노조가 제시했던 ‘4대 방향 11대 과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정리한 아젠다다. 우리는 노사합의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고 나가고자 산별교섭의 아젠다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국가방역대책 개편안에는 미흡한 점들이 많다. 특히 신종감염병 창궐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맞서 싸울 정규군, 즉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어떻게 하면 민간의료기관을 유인할지에 매몰돼 있고, 그러다보니 결국 수가 퍼주기라는 아주 얇팍한 해법만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내년부터 의료관련감염대책협의체와 별도로 협의체를 두고 논의하겠다고 한 만큼, 정부는 여기에 더 큰 힘을 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1차적 대응은 질병관리본부가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부는 컨트롤타워 격상 시기 등에 대한 논의를 재빨리 해야 한다. 특히 의료공공성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보건의료 인력을 보다 확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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