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언론보도


의료동향

[노동운동가 이주호의 독일 노동 유학기 ⑦] 조합원 확대에 주력하는 독일 산별노조

by 선전국장 posted Feb 05, 2015 Replies 0
Extra Form
기사_url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xno=13018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노동운동가 이주호의 독일 노동 유학기 ⑦] 조합원 확대에 주력하는 독일 산별노조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 ‘전망 2015’를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이주호
  
▲ 통합서비스노조는 층마다 업종분과에서 나온 자료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이주호
  
▲ 통합서비스노조 내부 전경(1층 로비). 이주호
  
▲ 통합서비스노조 실비아 부위원장과 늘 많은 도움을 주었던 보건 업종분과 스테펜 마그레트 박사. 이주호

2013년 10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이 학업을 마치고 1년 만에 귀국했다. 이주호 단장은 국제노동기구(ILO)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독일노총(DGB)의 후원으로 독일 카셀대학(Kassel)·베를린 경제법학대학(HWR Berlin)에서 '노동정책과 세계화'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 경제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의 바이블로 보는 경향도 나타난다. 과연 그럴까. <매일노동뉴스>가 이주호 단장의 독일 유학기를 연재한다. 이 단장은 연재를 관통하는 제목을 '노동존중 복지국가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라고 썼다. 매주 목요일자에 11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조합원 200만명을 자랑하는 거대 산별노조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통합서비스노조(Ver.di)는 2001년 3월 “운동을 확대하자(Mehr bewegen)”를 모토로 5개 조직이 통합할 당시 조합원 310만명으로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그런데 최근 조합원은 200만명으로 무려 100만명 넘게 줄었다. 독일 노조 전체 조직률도 40%에서 18%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과연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국제노동대학은 공식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학기간인 2~3월에 학생들을 6주간 국제노동단체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시킨다. 독일에 왔으니 평소 관심이 있었던 독일 산별노조운동과 보건의료제도를 공부하려고 통합서비스노조 근무를 신청했다. 다행히 보건의료노조와 교류하던 통합서비스노조 간부 추천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다. 근무 당시 ‘보건·사회서비스·교회’ 분과 간부들과 함께 생활했다. 단체교섭·정책담당, 조직담당 간부들과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평소 궁금했던 내부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통합서비스노조 전체 조합원은 2013년 12월 현재 206만4천541명이다. 2012년 말에 비해 3천343명(0.16%) 증가했다. 통합 이후 조합원이 계속 감소하다가 최근 대대적인 조직확대 사업을 통해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산하 13개 업종분과 중 보건·사회서비스·교회 분과가 36만7천816명으로 최대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조합원도 6천640명(1.84%) 늘어 전체 평균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이 100만명 이상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직 통합 이후 현장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놓쳤고, 노조 분위기가 달라진 데다, 새로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지면서 정체성 혼란까지 불거져 나이 든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조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하나의 국가기관처럼 제도화·관료화되고, 상층 중심 활동으로 현장과 소통이 잘 안 됐다고 한다.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풀뿌리 사회운동이 발전하면서 노조활동이 일정 정도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조합원이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모든 조직이 ‘머리에서 발로’(중앙에서 현장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현장 조직화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 내부 구조개혁과 더불어 사용자에 맞서는 힘을 키우고, 현장 중심 활동을 강화하면서 청년노동자 조직화와 파업을 통한 조직화가 성과를 내면서 조금씩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노조의 구체적인 조합원 확대전략과 계획을 물었더니 통합서비스노조측은 ‘기회(Chance) 2011’과 ‘전망(Perspektive) 2015’라는 내부 문건을 줬다. 내부 문건에는 독일 산별노조의 고민과 조직확대 전략이 담겼다. 지면관계상 일일이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금속노조 본부를 방문했을 때도 조합원 확대사업과 관련해 많은 계획과 모범사례를 소개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통합서비스노조는 2009년 기회 2011 활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성장하는 통합서비스노조 : 전망 2015 더 많은 조합원, 더 큰 힘, 더 큰 가능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야심적인 조합원 확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조 중앙위원회(GR)는 2012년 6월14일 베르디 연방 대의원대회 의결사항 M1을 결의하고 ‘전망 2015’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13년 12월 노조 중앙위원회는 마지막 실행계획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200여명의 노조 활동가들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다. 이후에는 6개 지역 토론회를 통해 1천여명의 노조간부들이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토론하면서 자극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서비스노조는 ‘전망 2015’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신자유주의하에서 독일 사회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더 강하고 단결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독일은 경제적 구조변화를 통해 서비스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많이 늘어났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계약직과 개인 자영업자, 1유로 노동자(실업부조를 받는 노동자)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통합서비스노조는 파견·계약직 노동자와 다른 모든 불안정노동 형태 확대에 맞서 투쟁하고 생활임금과 좋은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하나의 강력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보수와 노동강도 줄이기, 가정 친화적인 삶과 노동, 건강 악화 없는 고령노동자들의 은퇴 연장, 공정한 삶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싸우는 강력한 산별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독일 사회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완화나 제재받지 않은 투기자본, 은행들과 투자자들만 이익을 보는 긴축 재정정책이 결국 사회복지비 삭감과 민영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려면 산별노조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공동 행동·공동투쟁을 이끌어 내려면 강력한 산별노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노조가 발간한 ‘독일노총의 통합서비스노조 잠재력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필요성에 동의하는 300만명이 아직도 조합원이 아니다. 노조는 이들 동종산업 300만명의 미조직 노동자를 타깃으로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이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조합원 200만명이 넘는 거대한 노조가 현장 조합원 확대사업에 대해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가지고 중앙·지역과 각 업종 분과 등 전 조직 구성원들이 의욕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토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고, 조합원 확대 프로젝트 내용도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 실행계획과 평가가 촘촘하게 제시돼 있다는 점이 그랬다.

중앙과 현장, 산업과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우리 노동운동은 모든 평가서에 낮은 조직률을 걱정하고 있다. 취약한 간부 역량과 조합원의 낮은 참여도로 인해 현장 조직력이 약화되는 추세라는 지적도 한다.

매년 새로운 사업계획 상위 순위에 ‘현장 조직강화’를 제기하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매번 현안에 밀려 세부 실천계획과 역량 투입 계획이 용두사미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현장 조직력 약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현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보다 정교하고 지속가능한 실천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살펴볼 기회 2011과 전망 2015의 세부 진행내용은 한국에서 현장 강화와 조합원 확대사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10(당산동 121-29) (우 07230)
Tel: 02)2677-4889 | Fax: 02)2677-1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