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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이주호의 독일 노동 유학기 10] 노조 상근활동가는 노동운동의 미래

by 선전국장 posted Mar 05, 201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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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이주호의 독일 노동 유학기 10] 노조 상근활동가는 노동운동의 미래

이주호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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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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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이 학업을 마치고 1년 만에 귀국했다. 이주호 단장은 국제노동기구(ILO)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독일노총(DGB)의 후원으로 독일 카셀대학(Kassel)·베를린 경제법학대학(HWR Berlin)에서 '노동정책과 세계화'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 경제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의 바이블로 보는 경향도 나타난다. 과연 그럴까. <매일노동뉴스>가 이주호 단장의 독일 유학기를 연재한다. 이 단장은 연재를 관통하는 제목을 '노동존중 복지국가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라고 썼다. 매주 목요일자에 11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통합서비스노조 본부 건물에는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이 있다. 로비 왼편에 있는 서점에는 노조 기념품도 같이 판매한다. 이주호
  
▲ 상근활동가 사무실 모습. 직책이 올라갈수록 방 크기는 커진다. 이주호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노동운동을 둘러싼 정세가 복잡해지고 노사관계와 교섭의 영역이 전문화되면서 노조에서 채용한 상근활동가들의 역할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80년대 질풍노도의 시기, 혁명을 꿈꾸며 학생운동에서 현장 위장취업까지 아무런 보수를 바라지 않고 온몸으로 헌신한 소위 386 활동가들이 노조 채용 상근활동가 1세대였다면 이제는 점차 노동문제는 물론 산업정책에 전문성을 갖춘 2세대 활동가들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 역사가 풍부하고 제도화된 독일 노조에서 노조 채용 활동가들의 위상과 노동조건은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통합서비스노조에서 6주간 인턴근무를 하면서, 그들의 노동조건과 활동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통합서비스노조에서 일하는 전체 상근활동가는 전국적으로 수천여명에 이른다. 베를린 본부에만 750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들이 건넨 명함을 보면 상당수가 박사학위(Dr) 소지자였고, 국회 보좌관 등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노조 간부들 중 정치학 전공자가 많은 것도 이채롭다. 유럽에서는 노동문제가 곧 정치문제이므로 정치학 전공자 출신 노조 활동가들이 많다고 한다. 상근활동가들은 본부에 자기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며, 직책에 따라 방 크기만 달라진다. 자신을 드러내는 다양한 장식물로 방을 꾸민다. 가족사진이나 개인 여행사진, 자신이 존경하는 혁명가 사진(체 게바라 사진이 가장 많다)은 물론 좋아하는 구호, 노조 기념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근무 중간에 쉴 수 있도록 각 층마다 휴게 공간이 잘 가꿔져 있다. 휴게 공간마다 커피머신·간식 등이 준비돼 있다. 문화생활을 위한 전시장과 식당·서점·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 통합서비스노조 상근 채용활동가 사업장협약. 이주호

우리나라 노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7~8월 여름휴가철에 노조 간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거의 100% 이런 답변이 날아온다. "I am out of the office from…." 휴가 중이라는 자동통지 이메일이다. 그런데 그 기간이 거의 한 달이 넘는다. 노동법과 사업장협약을 살펴보니 법적으로 연간 휴가일수가 최소 4주로 정해져 있다. 통합서비스노조 사업장협약 제17조 휴가 조항을 보면 연간 휴가가 법정 휴가일수를 넘어 무려 33일에 달한다. 중증장애인은 법에 따라 총 6일의 추가휴가를 받는다. 여기에 장애등급이 30GdB(장애의 정도) 이상인 활동가는 1일의 휴가를 추가로 쓸 수 있다.

매일매일 투쟁과 일정에 찌들어 있는 우리나라 노조활동가들에게 이런 모습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관료화된(?) 모습으로 비치지만 조직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시간을 우선하는 선진국에서는 매우 일상화된 모습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노조 채용 상근활동가들의 노동조건을 알아보려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통합서비스노조 사업장협약을 구해 볼 수 있었다. 2008년 1월1일부터 2010년 12월31일까지 3년 유효기간인 협약이다. 사업장협약은 통합서비스노조 정관 제19조에 의거해 조합원 자격을 가진 채용 상근활동가의 권리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서명주체는 통합서비스노조 연방 집행위원장과 종업원평의회 대표다. 협약은 분량이 25쪽으로 총 28개 조항과 특별규정 3개, 그리고 계약당사자 간의 해석과 공동성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독일에서는 노동자 5인 이상의 모든 민간 사업장에서 종업원평의회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상근활동가가 750여명 근무하는 통합서비스노조에도 당연히 종업원평의회가 구성돼 있다. 독일은 산별 노사관계가 발달한 만큼 산별협약이 1차 규정력이 있고 종업원평의회가 맺은 사업장협약은 2차 규정력을 갖는다.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누구나 종업원평의회 위원이 될 수 있다. 노동자 200인 이상인 대기업에서 종업원평의회 위원은 기존 업무에서 면제돼 전적으로 평의회 활동만 한다.

종업원평의회 설립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옛 서독지역의 경우 노동자 500인 이상인 대기업의 90%에 종업원평의회가 설치돼 있으며, 옛 동독지역의 경우 대기업의 85%에 종업원평의회가 있다. 한스 뵈클러 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업원평의회 위원의 약 77%가 독일노총(DGB) 산하 노조 조합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협약은 제1조 효력의 범위, 제2조 근로계약, 제3조 수습기간, 제4조 근속기간, 제5조 인사기록카드, 제6조 부서이동, 제7조 산업재해, 제8조 청원휴가, 제9조 노동시간, 제10조 초과근무와 시간외수당, 제11조 임금, 제12조 휴가급여, 제13조 연말특별성과급, 제14조 사망급여, 제15조 상병수당, 제16조 모성보호와 육아휴직, 제17조 휴가, 제18조 교육휴가, 제19조 부업, 제20조 직장노령연금, 제21조 노조활동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 제22조 근로관계의 종료, 제23조 장기근속자 해고보호조항, 제24조 계약의 종료, 제25조 증명서, 제26조 제척기간, 제27조 부가조항, 제28조 유효기간으로 구성돼 있다. 첨부자료로 교육시설에 관한 특별규정과 콜센터에 관한 특별규정, 연방 전산관리센터에 관한 특별규정이 있다.

특히 몇몇 조항이 눈에 띈다. 제9조에 규정한 노동시간은 만 40세까지는 주 38시간, 만 40세 이후에는 주 36.5시간, 만 50세 이후는 주 35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고령자에 대한 처우가 확실하다. 12월24일과 31일은 휴무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제18조를 보면 상근활동가는 임금을 계속 받으면서 매 2년마다 10일의 교육휴가를 받는다.

장기근속자를 해고에서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제23조도 주목할 만하다. 재직기간이 15년 이상이며, 최소 만 40세를 넘긴 상근활동가는 ‘절대’ 해고할 수 없다. 대기발령도 마찬가지다. 재직기간이 20년 이상이며, 최소 만 50세를 넘긴 활동가는 대기발령조차 할 수 없다. 나이가 많을수록 해고되면 재취업이 어려워 그런 협약이 맺어졌다고 한다.

청원휴가(제8조) 항목도 매우 구체적이다. 상근활동가는 민법 제616조와 임금계속지급법(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는 100%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임금이 계속 지급되는 조건에서 청원휴가를 받는다. 이사(2~3일), 본인 혼인(3일), 자녀 혼인(1일), 은혼식(1일), 자녀의 견진성사·영성체·성년식(각 1일) 때 청원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자녀·배우자·부모·양부모의 질병 혹은 상근 활동가가 의사의 진단에 따라 환자의 요양을 책임져야 할 경우(연간 5일),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경우나 자녀가 아플 경우 청원휴가를 연장하거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 자녀의 출생 또는 입양한 자녀를 인도하기 위해 이틀, 본인의 배우자·부모·조부모·양부모·자녀·양자녀·형제나 배우자의 부모가 사망할 경우 사흘의 휴가를 쓸 수 있다.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경우 2일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장례가 휴가기간 이후 치러질 경우 사망과 관련해 하루를 더 제공한다. 여기서 규정한 배우자는 법적인 의미의 파트너(결혼한 사람)는 물론이고 결혼신고를 하지 않은 동반자도 포함된다. 법적 파트너나 동반자는 대등하게 대우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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