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조뉴스



병원비로 병드는 우리 국민

by 보건의료노조 posted Oct 19, 2007 Replies 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병원비 걱정없는 우리나라, 가능한가

[대선 정책제언 : 의료-교육 ①] 병원비로 병드는 우리 국민

임준 (news)




<오마이뉴스>는 25개 보건의료단체의 연대체인 '의료 연대회의'와 24개 교육복지단체의 연대체인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대선 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의료 2007 희망만들기'란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대선에서 꼭 다뤄져야할 교육-의료 분야의 핵심 의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기획 기사로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의 글을 전재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 부당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못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정말 절실하게 다가오는 곳이 있다. 바로 의료기관에 있는 환자들이다. 어떤 사람은 질병에 걸리는 것이 자기 팔자소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질병과 팔자소관은 별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질병이 팔자소관?



흔히 우리 사회는 위험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국민이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생동안 사고, 중독, 재난 등 각종 위험에서 벗어나 있기란 여간해선 어렵다. 더욱이 위험의 위험은 가난하고 처지가 곤란한 사람들일수록 더 노출되어 있다. 위험의 노출만 보더라도 위험에 의한 사고와 질병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 안전장치만 있었다면 질병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을 사람들이 사회적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리면서 질병의 고통을 받고 더 나아가 가난의 수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질병은 대부분 내 팔자소관과 내 잘못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소득, 직업, 주거, 영양, 사회정책 등 사회구조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 책임은 불안전하고 불건강한 사회에 있음은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불안전하고 불건강한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정부가, 그래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정부를 정부로 인정치 않고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직도 의료복지는 우리 국민에게 사치인가?



정부의 무능력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 중반 일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갓 넘어간 시기에 선진외국과 같은 의료복지를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라는 주장이 2만불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얼굴만 바뀐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말이 시기상조론이다. 질병과 가난으로 몸서리치는 고통을 반복해야만 하는 환자가 방송 대기환자가 되어 한 가닥 희망에 기댄 채 방송될 날만 기다리고 있건만, 아직도 정부의 해법은 ‘가랑비 옷 젖기’ 식의 땜질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2006년 건강보험공단 조사에서 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이 보장해주는 것은 61.8%에 불과하고 38.2%는 본인이 직접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더욱이 환자 간병에 들어가는 비용은 통째로 빠져 있고, 질병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임금 등 소득 상실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50%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질병은 가정파탄 의미



민간의료보험 회사가 약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소비자를 기망해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방송보도가 연일 고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의료보험을 국민들이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나마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할 수 없거나 보장해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무용지물의 저가 민간의료보험을 든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 중에 큰 질병에 걸린 사람이 생기기라도 하면 가계 전체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예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본인부담상한액이 6개월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MRI, 식대 등 예전엔 보장되지 않았던 것도 보장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지 모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말 한심하다.



암 수술로 6개월 입원비와 외래비용이 2000만 원 정도 나왔고, 그 중에 진료비로 내야 할 돈이 1000만원에 이르는 진료비 고지서를 받은 A씨를 가정해보자. 과연 A씨는 본인부담상한액이 적용되어 진료비를 200만 원만 지불해도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가난한 A씨가 본인부담상한액을 기대하고 진료비를 마련하지 못했다면, 깊은 좌절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직접 치료를 부담해야 할 진료비가 1000만원이라고 할 때 이 중에 500만 원은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는 진료비이고, 나머지 500만원은 그러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1000만 원 중 300만 원만 본인부담상한제도로 보장이 되고 700만 원은 본인이 직접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이 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본인부담상한제도로는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보험은 안되지만 효과가 좋은 약, 보험은 되지만 효과 떨어지는약...무엇을 선택?



보험이 안 되는 검사와 약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병원 의사가 ‘보험은 안 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약’과 ‘보험은 되지만 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약’을 선택하라고 할 때 선뜻 보험이 되는 약을 선택하는 간 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의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병원에서 환자 선택권 운운하고 보험이 안 된 약을 사용한 환자에게 비용부담의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모두 보장해주면 좋겠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정부 예산을 키울 경우 국민 저항이 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할지 모른다. 수십 년 간 반복되어 온 이야기지만, 과거보다도 훨씬 더 설득력이 없는 진부한 주장이다.



이미 국민들은 과거와 같은 낮은 수준의 치료와 혜택을 원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부담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다달이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산술적으로도 민간의료보험에 납부하는 비용의 반만 건강보험으로 돌려도 거의 모든 진료비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은 개인이 부담하는 양만큼 사업주와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에 민간보험료 부담의 반만 있어도 충분하게 가능하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부족한 것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에 지출되는 총 비용 중 건강보험 등과 같은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3년 기준으로 50.6%인데, OECD 30개 국가 중 하위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다. 서유럽의 선진외국의 경우 공공지출이 80-9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공공부문의 비중이 낮다는 것은 곧 의료비의 높은 개인 부담을 의미하는데, 이는 고액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계층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의료기관이 일반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물건 파는 것처럼 매우 상업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 환경에서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료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을 담보로 썩은 고기를 향유하려 하지 말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가계 파탄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였다. 매우 비정상적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모든 선진외국의 예에서 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질병과 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그 해법을 찾아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과 가치 정립이 그 해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 할 치료비 부담은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한하고 그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선진외국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문제의 해법 중 하나다, 재원이 형평성이 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분배되면서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는 효과적 관리체계를 정부 또는 사회가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선진외국은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그 방법에서 사회적 역사적 맥락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언제까지 못 먹고 힘들게 살았던 시대, 썩어 나가는 내 몸둥이와 이웃의 고통은 인식하지 못한 채 고층건물의 겉멋에 중독되었던 시대, 삶의 질이 생의 무게에 짓눌려 인간의 가치를 외면했던 시대에나 주창되었던 ‘선성장 후분배’라는 허구적 가치에 목을 매달고 있어야 하는가! 혹시 우리는 이러한 허구적 가치를 전파하고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썩은 고기를 향유하고 있는 집단에 포섭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우리 국민은 또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떡고물 한 두 개로 국민의 희망을 짓밟고 호도하려는 자, 그리고 또다시 5년의 세월 속에 국민을 고통으로 내몰고자 하는 자를 가려내고 건강한 삶이 온전하게 보장되는 희망의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자를 우리의 대표로 뽑아야 하는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너무 늦어버렸다고 체념하기에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현실의 고통이 너무 크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누가 국민의 건강권을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가치와 비전, 그리고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Atachment
첨부 '1'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6길 10(당산동 121-29) (우 07230)
Tel: 02)2677-4889 | Fax: 02)2677-1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