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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통장 만들어 아플때 쓰자?"

by 보건의료노조 posted Apr 01, 200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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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의료저축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병원 경영자 등 의료공급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소액의 진료비는 환자가 평소에 모아 뒀던 돈으로 부담케 하자는 것인데, 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의료의 형평한 이용을 저해할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제도 도입에 반대해 왔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저축제도(MSA, medical savings accounts)란 개별 국민이 본인 이름의 계좌에 평소 조금씩 저축을 했다가, 질병이 발생하면 이 돈으로 의료비를 해결하는 제도다. 일정 금액 이상이거나 일정 시기가 지나면 돈을 찾을 수도 있다. 의료소비자들의 의료남용을 줄여 의료비지출액을 감소시킨다는 원리다.

명재일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최근 펴낸 삼성의료경영연구소의 '의료보장과 도덕적해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저부담-저급여의 정책 기조에 따라 의료보장의 내용이 취약하다는 지적은 받아오면서, 수년간 보장성 강화조치가 뒤따랐다"며 "보장성 강화는 한 가지 문제의 해결임과 동시에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가지 문제라는 것은 보험 재정의 압박을 가리킨다.

명 교수는 "매년 보험료 인상, 국고지원의 확대와 담배부담금을 통해 간신히 유지돼온 보험재정의 위태로운 흑자 기조가 적자로 돌어설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추진돼온 보장성 강화 조치의 일부는 취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보장성 강화와 뒤 이은 정책 취소의 배경에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보험에서 도덕적 해이는 보험 가입자가 질병에 걸린 후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험으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0'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료서비스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의료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이기 때문에 이용할수록 이득이 발생하지만, 사회비용적 측면에서는 낭비라는 것이 명 교수의 지적이다. 명 교수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의료저축구좌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개인 차원에서만 위험 분산이 이뤄지므로 사회연대의식의 약화 및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될 수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세계은행에서 권고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은 올 초 사립대병원장협의회에서 먼저 제기됐다. 협의회는 MSA제도를 도입할 경우 의료남용 감소 외에도 장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MSA가 민간금융기관들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개인에게 자금운용 선택의 자유를 줄 수 있고, 민영의료보험에 이중적으로 가입할 필요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건강보험에 지원하던 국고부담액은 MSA 적립이 어려운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의료급여 사업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의료·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보장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오래 전부터 MSA제도 도입에 반대해 왔다. 의료저축제도는 소득과 무관하게 의료비를 부담하는 탓에 의료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노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의료의 형평한 이용을 저해할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이 건강보험의 급여확대 등과 연계되지 못하면,국민의 부담 증가만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유혜원 건강연대 정책국장은 "건강보험의 일차적인 과제는 보장성의 강화에 있다"며 "민간과 개인에게 복지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08년 04월 01일 @ 매일노동뉴스 구은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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