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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돈’보다 ‘휴가’를 달라”

by 보건의료노조 posted Apr 01, 200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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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작년 ‘아름다운 합의’로 유명해진 보건의료노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 임금의 몫을 ‘정규직화 기금’으로 선뜻 내놓았던 사건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의 핵심이슈는 ‘인력충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인력대책팀을 만들어 일찌감치 설문조사와 자체 병원 진단에 나섰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의료영리법인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여 인력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 인력문제는 무엇보다 ‘돈’과 연관돼 있기 때문. 공공의료보다도 시장화를 강조하는 한 병원들은 인력충원 문제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은 높다. 특히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된다. 이는 곧 국민들에 대한 의료의 질 저하로 연결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에 보건의료 내 많은 직종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들, 그 중 가장 열악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Night(나이트, 밤근무)의 업무세계를 직접 취재했다.

 

‘인수인계’의 시작과 끝, 나이트 간호사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3월 27일 밤11시 한양대병원 본관 12층에 도착, 병동 간호실이 분주하다. 10여명의 간호사들이 뭔가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들이다. Evening(이브닝, 14시30분~22시30분)이 Night(나이트, 22시~07:30) 근무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고 있는 과정이다.

 

이곳 본관 12층(혈액종양, 신경외과 병동)에서 10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하주연 씨(31). 그는 간호사 분과장을 맡고 있는 지부 대의원이기도 하다. 이곳 12층 병동에는 수간호사 1명, 주임간호사 2명, 간호사 26명, 조무사 1명, 서무원 2명, 미화원 2명 등 34명이 일하고 있다.

 

나이트 근무는 통상 3일을 한다. 그리고 14일 후에 다시 돌아온다. 하 씨는 그 3일 중 이틀째 근무를 위해 업무인계중이다. 간호사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에는 링거액, 주사기, 약 등이 담겨있다. 그 중에는 랜턴도 눈에 띤다. 밤 병실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이 병동 막내인 액팅(acting) 김 간호사가 어두운 병실 복도 중간에서 희미한 랜턴 불빛으로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계받은 환자들의 목록이다. 간호사들이 소형 휴대용 후레쉬를 지니고 있지만 랜턴을 많이 사용하는 듯했다.

 

“링거액이 샌다”는 보호자의 요청을 받고 달려간 것이다. 김 간호사는 테이핑처리를 해주고 이내 기록을 남긴다. 신당동 떡볶이 집 주인으로 불리는 한 환자에게 “나중에 가면 저만 사 주셔야 해요”라며 하주연 간호사가 여유로운 미소도 짓는다. 하지만 이 미소도 잠시, 차트 업무 준비 모드로 돌아간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11시35분, 일명 나이트 ‘차트’ 업무가 시작된다. 이브닝 간호사들이 다 돌아가고 그중 한 간호사가 “누가 데리러 올 것”이라며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린다. 10시30분이 교대근무시간이지만 11시30분이 돼야 업무인수인계가 끝난 셈이다. 인계는 9시부터 시작되지만 어떨 땐 12시가 넘을 때도 있다고 한다. 1~2시간의 연장근무가 더 가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연장근무수당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노조에 확인해 본 결과 단체협약에는 지급키로 돼 있지만 사측에서는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당지급 대신 초과근로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와 근무당 배치되는 간호사의 인력부족 때문에 줄이기도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아직 밤12시 이전이라 그런지 전화를 걸거나, 로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링거액을 끌고 다니는 환자들이 보인다. 아마도 잠이 오지 않은 모습인 것 같았다. 액팅 김 간호사는 병실을 돌아보는 ‘라운딩’ 업무를 하고 나머지 하 씨 포함 3명의 간호사들은 차트 업무에 여념이 없다.

 

11시45분, 뒤적이는 차트 소리와 서류 넘기는 소리, 간간이 책상과 부딪는 차트소리가 병동의 시계초침을 옮기고 있다. 병원의 시스템 상 주요 진료는 낮에 이뤄지고 밤에는 그 진료를 위한 준비 작업이 행해짐을 알 수 있다. 정확하고 차질 없는 진료를 위해서는 ‘차트’ 업무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차트는 하루 진료의 내용과 다음 날 진료를 위한 준비로 기록을 정리해둬야 한다. 또 이를 컴퓨터로 옮기며 대조하는 작업도 필히 해둬야 한다.

 

휴일에 당첨되면 ‘신의 딸’로 불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밤 자정이 되자 본격적으로 차트업무에 들어간다. 나이트 한 간호사가 맡는 ‘차트의 수’(환자의 수)는 25개(명). 차트가 범상치 않다. 병원의 차트는 일반 회사 서류철과 다르다. 겉표지가 전부 철제로 돼 있다. 스프링도 철제다. 그 속에 종이서류가 끼워진다. 차트1개의 무게는 정확히 850g. 서류가 많을 땐 1kg도 넘는 모양이다. 25개면 22kg에 육박한다. 이 무게를 나이트 간호사들은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자가 10개의 차트를 들어보았지만 서류철 치고는 상당히 무거운 무게였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물리적인 무게일 뿐, 차트에 담겨지는 내용들은 나이트 근무자들을 더욱 짓누르는 무게로 작용한다.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환자 생명을 다루는 진료에 차질이 올 수 있기 때문.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이처럼 나이트 간호사들은 하루하루 밤의 하중을 이겨내고 있다.

 

“잠이 안 오세요?”라며 힘들게 지나가고 있는 한 환자에게 건네는 하 간호사. 이내 다시 차트로 눈의 초점을 맞춘다. 컴퓨터와 차트를 수시로 오가며 눈을 깜박인다. 병실 중에는 ‘집중치료실’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집중 치료를 요하는 중환자가 있는 병실로 간호사실을 끼고 통해 있다.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의사도 긴급히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0시30분, 지부장과 사무장이 현장순회차 12층 병동을 찾았다. 지부 대의원이기도 한 하 씨가 ‘번표장’을 내놓는다. 이 번표장은 간호사들이 가장 인기 있어 하는 ‘베스트셀러’로 통한다. 조합원들의 휴일사용 여부와 휴일요청일이 조합원별로 꼼꼼히 기록돼 있다. 오는 4월9일도 체크돼 있다. 총선일이 임시공휴일이지만 과연 누가 쉴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휴일을 마땅히 쉬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 번표장에는 밀려있는 휴일로 가득하다. 간호사들은 주5일제가 되면서 오히려 ‘휴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에게만 좋은 게 주5일제”라는 불만이 팽배한 이유가 된다. 노조 인식이나 조직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부장은 설명한다.

 

주휴일 자체가 밀리다보니 공휴일과 연차휴가 등은 자동적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면 3개월 단위로 수당으로 지급받는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돈 보다 휴가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남들처럼 토, 일요일 쉬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또 휴일여부는 수간호사가 관리한다. 너도나도 토, 일요일 휴가를 신청하지만 아픈 환자를 두고 ‘휴일 날 쉬는 행운’에 당첨되는 그 사람은 그야말로 ‘신의 딸’로 불리게 된다. 

 

‘야식’ 먹을 새 없이 바쁜 나이트 업무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새벽1시, 환자에게서 호출이 날아든다. 호출은 간호사실 ‘콜벨’로 울리게 된다. 링거액이 다 소진된 모양이다. “환자들이 잠을 자지 못할 경우 잠을 잘 재우게 하는 것도 간호사의 역할”이라고 하 간호사는 말한다.

 

이제 갓 1년차인 액팅 김 간호사는 차트작업을 아직 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로 병실의 응급상황을 처리하거나 각종 실무업무를 담당한다. 차트 업무는 경력이 있는 숙련된 간호사가 하게 된다. 3~4년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로 몸으로 하는 ‘믹스작업’(환자별 주사액 약품 섞는 일)과 각종 지시 업무를 하게 된다. “서서 일하고 먹지도 못해서 너무 힘들다”는 김 간호사, 이내 믹스작업에 여념이 없다.

 

“밤3시에 식당에서 야식을 주지만 내려갈 시간조차 없다”며 하 간호사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의 능력부족 탓이죠”라는 하 간호사의 말이 진실인 것 같지는 않다. 워낙 차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믹스 실에서 “오늘은 그래도 한가한 편”이라며 “환자가 돌아가시거나 신환(새로운 환자)이 응급실에서 입원하면 굉장히 바쁘다”고 김 간호사는 귀띔한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1시30분, 하 간호사는 오늘따라 구토 환자가 마음에 걸리는 인상이다. 허리 수술 환자인데 속이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신 호출을 보낸다. 그때마다 하 씨는 병실을 다녀온다. 이어 Day(데이, 낮번 07시30분~15시30분)조 진료를 위한 피검사용 샘플통에 환자별 바코드를 부착한다.

 

01시50분, 응급실에서 머리 수술 환자가 병실로 온다는 연락이 온다. 이내 10분 후 응급실에서 환자가 도착했다. 차트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1명만 남겨둔 채 3명의 간호사가 환자 이송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Bed(베드, 침대) 시트를 챙기고 환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작업 등 약 30분간 응급환자 조치에 열중이다. 환자 처리에 대한 병동 처방이 없어 간호사들은 당직의사(레지던트)에 불만도 표출한다.

 

02시30분 환자 조치가 일단락되자 다시 차트 업무에 복귀한다. 나머지 처리업무는 액팅 간호사가 담당한다. 새로 온 환자 명찰을 만들고 기타 처리사항 등을 점검한다. 보호자는 “상태가 어떠냐”며 발을 동동 구른다.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 후 퇴근한 모양이다. 당직 레지던트가 수술상황을 설명한다.

 

25개 병실에 환자 수가 79명인 12층은 혈액종양과와 신경외과로 구성돼 있지만 다른 10여개 과의 환자도 입원해 있다. 혈액종양과의 경우 나이트에 25명의 환자를 한 명의 간호사가 담당하고 있어 차트업무와 환자 관리에 시간적 부담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그 간호사는 차트 업무를 끝내는 데도 새벽5시가 훌쩍 넘는다. 보통 새벽4시경에는 차트업무를 마치고 응급채혈과 당뇨 측정 등 ‘라운딩’ 업무에 들어갈 채비를 해야 한다. 업무에 지장이 갈까봐 기자가 질문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차트’는 머리가, ‘액팅’은 다리가 아프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바깥에서는 다들 자는 줄, 혹은 앉아서 얘기하는 줄 안다”며 하주연 간호사는 병원 나이트 근무에 대한 실상을 언급한다. “밥은커녕 물도 못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고 덧붙인다. 정확히 02시57분 다시 호출이 날아든다. 링거액 교체 요청이다. 링거액도 환자마다 달라 이내 환자목록을 들여다보고 총총 걸음으로 병실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차트를 집어 든다. 

 

하 간호사는 “아이들 키우기가 너무 어렵다”며 한숨을 짓는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하 씨는 5살과 3살짜리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한 번이라도 어린이집에 손수 맡기고 데려온 적이 없다. 데이는 아침 06시30분에 출근하기에 그렇고, 나이트는 아침10시나 돼야 집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시부모님에게 항상 빚진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3시10분, 호출에 의해 액팅 김 간호사가 적막한 병실 복도 중간에서 희미한 랜턴 불빛을 쫓아 환자목록을 뒤적인다. “많이 힘드시죠?”라는 기자의 질문에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뭐”라며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차트(간호사)는 머리가 아프고, 액팅(간호사)은 다리가 아프다”는 하 간호사의 말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액팅의 경우 앉아 있는 모습을 못 본 것 같다. 응급환자 명찰 만들기 위해 컴퓨터 마주할 때 잠시 앉는 정도다. 아니면 선배 간호사들의 지시에 의해 컴퓨터 업무를 처리할 때 정도다.

 

03시37분, 04시 호출이 있자 하 간호사가 병실을 다녀온다. 액팅 김 간호사는 혈액종양과 병실 쪽으로 라운딩을 하고 있다. 그리고 차트업무가 또 이뤄진다. 기자의 몸도 04시가 되자 늘어지기 시작한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다리도 저려온다. 차트 12개를 한꺼번에 들어 탁자 위에 올려놓는 간호사가 안쓰러워 보인다. 하 씨의 동료 간호사가 차트작업을 마친 모양이다. 정확히 25개의 차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피로에 일그러진 간호사의 뜀걸음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4시15분이 되자 하 간호사도 차트작업을 마치고 라운딩 준비에 들어간다. 카트에서 약봉지를 정리한다. 약봉지를 접고 가위로 자르는 동작이 날렵하다. 10년차 간호사의 숙련된 모습이다. 또 채혈을 위한 샘플통도 차트에 올려놓는다. 목록도 준비한다. 주사기를 봉지에서 뜯어 통에 담는다. 액팅은 신경외과에 이어 혈액종양과에서도 믹스작업을 연이어 하고 있는 중이다.

 

04시30분이 되자 보호자의 모습이 보인다. 일찍 깨어난 보호자다. 하 간호사는 복도 형광등을 전부 점등한다. 이내 정리 완료된 차트에 환자별 ‘처방 및 수행기록지’로 명명된 서류를 끼운다. 스프링 쇳소리가 바삐 들린다. 10분후 하 간호사는 이내 병실 라운딩을 시작한다. 아직 수면 중인 환자를 깨우고 채혈에 들어간다. “잘 주무셨어요?”라는 말로 채혈작업을 알린다. 보호자들 사이로 어둠을 뚫고 능숙하게 피를 뽑는다. “환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새벽녘에 응급채혈을 해야 하는 불가피성을 토로한다.

 

05시경이 돼도 혈액종양과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는 아직도 차트업무에 여념이 없다. 아니 차트업무가 더 바빠진 것 같다. 액팅 김 간호사는 약품 상자를 뜯고 빈 박스를 정리한다. 이어 혈압측정기와 교체할 링거액을 카트에 싣고 병실 복도를 향한다. 04시30분경에 깨어난 집중치료실 한 중환자는 머리 쪽이 다친 때문인지 괴성을 지르며 병동을 어지럽힌다. 환자가 떨어지거나 링거액 뜯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도 묶여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5시15분, 간호사들의 라운딩이 병동을 깨운다. 환자들의 움직임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병실 복도에 카트를 놓고 병실을 부지런히 들락날락 거리는 간호사들. 채혈작업과 혈압, 혈당측정 등 아침에 출근하게 될 의사와 데이번 근무자들에게 이 결과를 넘겨줘야만 아침 진료가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된다. 레지던트들도 보인다. 단지 그들은 그저 병동의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로 보인다. 간혹 차트나 서류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05시30분, 드디어 혈액종양과 간호사의 차트작업이 마무리된 모양이다. 채혈과 혈당측정 준비 및 라운딩이 신경외과 쪽보다 더 정신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액팅은 전 병실을 돌며 혈압측정과 링거액을 교체한다. 05시40분, 신경외과 쪽 채혈과 혈당측정 작업이 완료된다. 다시 호출이 들어오자 시계를 보며 병실 쪽으로 바쁘다 못해 뜀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인상이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이제 활동을 시작한다. 하 간호사는 보호자가 부탁한 휴대폰 충전서비스까지 해주기도 한다.

 

06시경 전화벨까지 바쁜 상황에 동참한다. 액팅 김 간호사의 카트 끄는 걸음이 일그러져 있다. 다리의 교차가 골반을 중심으로 겨우 지탱하면서 걷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치 하이힐을 신고 워킹하면서 이쪽저쪽으로 뽐내며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피로에 의한 것이다. 교대시간이 가까워져 와서 그런지 김 간호사의 얼굴에는 바쁘다 못해 미소가 피로를 가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환자를 위한 나이트 간호사들의 희생

 

@ 노동과세계 이기태 기자

 

06시10분, 동이 터온다. 창문 너머로 건물의 모습이 들어온다. 교대근무자를 맞기 위해 하 간호사는 바삐 간호사용 원탁과 대기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손걸레질과 정리정돈에 여념이 없다. 집중치료실 괴성 환자의 소리도 일정한 박자로 병동을 여전히 흔들어 깨운다. “코 솜이 빠졌다”는 보호자의 요청에 의해 환자 코에 솜을 다시 끼우기도 한다. 그 와중에 전화 받는 것조차 바쁘다.

 

06시25분, “시간이 너무 잘 가네”라며 하 간호사는 동작을 이어간다. 시간이 잘 간 것은 바삐 일을 했다는 증거다. 한 할머니 환자가 화장실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는 보호자의 얘기를 듣고 달려간다. 이내 돌아와서 물티슈로 잠시 얼굴을 닦는다. 이어 차트에다 뭔가를 열심히 기록한다. 응급채혈과 혈당, 활력증후(체온, 맥박, 호흡), 혈압 측정, 섭취량, 배설량, 기타 환자의 상태 등 환자별 데이터를 추가로 넣는 작업이다.

 

06시30분이 되자 데이번 한 간호사가 근무복장으로 갈아입고 체크리스트를 점검하고 있다. 데이번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셈이다. 07시30분이 교대시간이지만 미리 1시간 전에 나와서 일을 하는 모양이다. 직장에 미리 나온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1시간 전에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 간호사 업무의 현실이다.  45분이 되자 단정한 외출복 차림의 day조 근무자들 출근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06시45분, 부저소리가 울린다. 하루의 약품이 ‘약카(물품운반엘리베이터)’로 운송돼 오는 신호다. 데이번 간호사들이 카트에 약 봉지를 분류한다. 나이트 간호사들이 해온 모습 그대로다. 그들도 가위로 자르고 분류하는 똑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병동 하루의 아침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피로에 찌든 나이트, 피로를 덜고 온 데이번 근무자들의 모습은 다를지라도 바쁜 아침이기는 매 한가지다. 이제 나이트 근무자들은 07시30분이 근무종료지만 인수인계와 마무리 보고 등 잔여 일까지 하게 되면 09시가 돼야 업무가 끝나게 될 것이다.

 

기자가 나이트 간호사들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화장실 한번 제대로 가지 않은 점. 또 휴식이라도 한번 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마음 놓고 여유라도 한번 갖기 위한 시간이 없다는 점 등이다. 이외에 음식물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진료도 중요하지만 진료 준비를 위한 점검과 사전작업이 더 많게 보인다. 간호사의 업무가 없으면 진료행위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유이다. 간호사들이 있기에 차트와 주사기, 링거액이 한시도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관리가 가능하다.

 

인수인계로 시작해서 인수인계로 끝나는 간호사들의 업무세계. 실수를 없애기 위한 의료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간호사들에게는 연장근무 강요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낳는 원인인 셈이다. 특히 나이트 근무자들은 ‘나이트 우울증’까지 시달린다. 나이트 출근을 위해 화장을 할 땐 눈물이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휴식을 호소하는 간호사들. 이에 대한 대체인력의 충원이 절실하기만 하다. 

 

액팅 김 간호사의 해맑은 미소와 절차에 꼼꼼한 하 간호사의 손길이 기자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앳된 미소와 숙련된 손길이 노동의 피로를 잠시 덮고 있음에 환자들은 위안을 삼는다. 그 바쁜 발걸음이 천 근 같은 다리를 잠시 지탱하고 있기에 환자들은 일상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2008년 04월 01일 @ 노동과세계 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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