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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프랑스 여성눈으로 보니...

by 여성국 posted Jan 03, 200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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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한국의 활로] 프랑스 여성눈으로 보니…

마틴 프로스트(48) 파리7대학 교수 눈에 비친 21세기 한국은 절대
남녀가 평등히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자나
남자나 자기 일을 갖는 게 옷을 입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즐겁게 일한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애 낳은 한국 여자에게 일은 큰 스트레스일 뿐인 것
같습니다.” 프로스트 교수는 80년대 초 한국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다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92~96년 프랑스 대사관
문화정책관으로 한국서 생활해 한국사정에 비교적 훤하다. “일 하는
여자들이 친정엄마, 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럼 프랑스에서는 어떤가. 맞벌이는 기본이다. 직업 없는 여성은
거의 없다. “친정엄마 대신 사회 시스템이 일하는 여성을 돕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 시설 좋은 탁아소와 아기방이 있지요. 물론 갓 태어난
아기를 남에게 맡기긴 어렵지만, 대신 직장 눈치 보지 않고 일자리를
잃을 걱정 없이 맘 편히 쉴 수가 있습니다.”

1년짜리 육아휴가를 남자도 여자와 똑같이 신청한다. 프랑스는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서는 분야별 여성 진출이 미흡하긴 하다. 그러나 남편
때문에, 애 때문에, 집안일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란 드물다.

“같이 꾸려가는 가정, 같이 살아가는 사회 아닌가요? 어떻게 남녀를
‘안사람’ ‘바깥사람’으로 구분하는지 모르겠어요.”

프랑스에서는 ‘남자는 일, 여자는 살림’ 식으로 역할구분을 짓는
법이 없다. 프로스트 교수는 또 “일하면서 애 키우느라 바쁜 한국
‘수퍼우먼’들은 왜 맨날 가족에게 미안해 하는지도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결혼한 여성이 사회활동 하는 데 이것저것 제약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직업상 남자들을 활발히 만나고 다니는 여성들이 이상한
시선을 받는 것을 보았지요.”

프로스트 교수는 최근 한국 체류기를 담은 책 ‘퐁뇌프에서도 잠수교가
그립다’를 냈다.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그러나 군데군데
‘한국식 남녀구분법’에 대한 외국인의 비판적 시각도 담아낸다. “남편은
잠 자고 아내는 일을 한다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부는 함께 일하고 함께 쉰다.” “남편들이 집에 돌아오면 너무나 당연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아내의 시중을 받는 데 놀랐다.”“자라면서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하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차별해서
말하는 법이 없다.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남녀 차별 의식이 없기 때문에 여자도 남자와 다르지 않게 키우고 가르친다.
여성도 스스로를 보호하고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건 기본상식이다. 책 속에서 프로스트 교수가 한국 여성의 활력을 느꼈다는
부분이 있다. 시장과 목욕탕에서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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