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의도성모병원 해고자 김영숙입니다.
2012년 10년만에 제가 근무하던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사실 애써 여의도를 외면하고 다녔습니다.
간호사들이 유니폼을 입고 분주히 일하고 있는 평범한 모습을 보면
저만 외딴섬에 갇힌 듯 너무 외로웠고, 제 모습이 비참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CMC 개원기념일을 맞아 10주년, 20주년 25주년 등 장기근속자 상과 꽃다발을 들고 지나가며 살짝 들떠있는 직원들을 봤습니다. 그 분위기에서 열외가 되어버린 전 한 없는 소외감으로 끝없이 작아지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희 해고자들의 삶의 시계는 2002년에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매 해 미래를 설계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 저희들은 한 해 한 해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복직되어 일 하는 그날을 기다리다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30대가 40대가 되고, 40대가 50대 중반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병동에서 간호사로 일 하는 꿈을 꾸곤 합니다.
저는 제가 간호사인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동안 유니폼을 입고 간호사로 일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애써 묻어두었던 지난 상처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제 모습이 당황스럽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무덤덤해지리라 생각했던 지난날 상처들은 사실 가슴 깊이 애써 구겨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해고자라는 타이틀을 벗고 환자들 곁에서 좋은 간호를 펼치고 싶고, 직장동료들과도 어울리며 평범히 살고 싶습니다.
오늘 걸음해주신 많은 분들의 고나심으로 저희, 복직의 희망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의도성모병원 해고조합원 김영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