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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영리병원이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④'간호사=돈의 노예' 될 수밖에 없는 병원

by 선전부장 posted Feb 22, 2019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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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사한 후 10년간의 간호사 삶은 생명을 돌보는 간호사라는 자부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웠고 병원이라는 직장은 곧 자부심이 되었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현장 속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성취감도 느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도우면서 환자 및 보호자들과 함께 웃고 우는 보람찬 생활 속에서 어느덧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이 삶 속에서 미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첫 출근할 때의 자부심은 현실 속에서 곧 절망으로 바뀐다. 퇴근은 보이지 않았고, 눈은 하루 종일 충혈돼 피곤하고 지친 하루하루를 보낸다. 보여주기식 병원 평가 기간 동안에는 과도한 준비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내 삶의 존중보단 병원을 위해 일하는 기계라는 느낌에 괴롭고, 업무가 보람됨을 알지만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있는 느낌에 괴로웠다. 이곳 병원에서 나의 미래는 희망이 아니라 암흑으로 변화됨을 느꼈다. 이것이 대한민국 간호사들의 현주소다.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란 직업은 환자를 돌보는 보람이 악조건 안에서도 근속연수 7년이라는 근무를 유지시키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그렇기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조건부로 허가한 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 기사에 나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라는 직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환자를 위한 자부심이란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버리는 영리병원 간호사의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영리병원 안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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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새로운 진료비 수가(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 코드가 쏟아져 나와 매일 수가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간호사는 환자 돌보고 치유하기만도 시간이 부족한 현실이라 항상 "잠시만요"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미리 출근하여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환자를 위한 시간에, 영리병원 간호사인 나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수가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병동별 수익률이 내 월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삶 속에서 나는 환자를 돈이 되는 환자, 돈이 되지 않는 환자로 나누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겠지. 돈 안 되는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간호서비스 및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며 그 부족분을 메울 것이 틀림없다. 의료를 통해 수익을 내고 배당하는 영리병원답게 진료비가 비싸, 많은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다 받지 못하고 중간에 쫓겨나는 가슴 아픈 장면들이 하나하나 지나간다. 우리 가족 중 누구나 환자가 되어 치료받을 수 있는데 감당하지 못할 병원비로 인하여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고 유명을 달리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돈다.

지금도 수많은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와 보호자의 갑질과 감정노동, 직장 상사, 동료의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일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 속에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간다.

치료해 주는 사람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재출범 “영리병원 당장 멈춰”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노조 등 99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재출범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보험노조 등 99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재출범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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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속 간호사인 나, 그리고 내 동료들은 더욱더 심한 감정노동 속과 스트레스 속에 하루하루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는 환자, 보호자들은 최상의 대접을 원할 것이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다할 우리지만, 그 강박 속의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불만 하나하나가 간호사 본인의 고가 점수, 더 나아가서 연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한다.

영리병원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 때문에 수많은 불만들과 불필요한 요구까지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보았던 보험왕 그래프 같은 보드판이 간호 게시판에 올라올 것만 같다. 환자 유치를 위한 전단을 배포하고 아는 지인들에게 병원 방문을 요청하는 병원 환자유치 영업을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하니 끔찍하기 그지없다. 병원은 친절하게 환자를 돌보고 노력해온 과정이 인정되는 간호사 상이 아닌, 환자를 가장 많이 유치시킨 간호사 상을 시상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영리병원, 그곳의 간호사들은 악화하는 노동조건에 줄 이은 사직으로 인한 악순환 속에서 퇴직을 희망하며 버티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환자를 고귀한 생명보다는 돈으로만 생각해 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간호사가 아닌 다른 삶을 꿈꾸고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 한숨 짓고 있을 것이다.

잠깐 상상해 본 영리병원 속 간호사의 삶은 끔찍하다. 환자는 높은 진료비로 인해 고통받고, 직원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돈이 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죄책감에 고통받는다.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우리 사회는 의료 공공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정책들을 도입할 필요를 느꼈다. 그러나 영리병원의 도입은 그 모든 노력들을 허사로 만든다. 의료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모든 국민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의료비는 하늘로 치솟고 근무환경은 저하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이 늘어나며 국민건강보험은 점점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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