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노동위원회, 강병원 의원, 남인순 의원, 유은혜 의원이 공동 주최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을지대학교병원‧을지병원 등 병원 내 ‘갑(甲)질’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 대책회의>가 11월 21일 10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렸다.
대책회의에는 성심병원과 을지대병원 간호사가 직접 참가해 병원 내 심각한 갑질문화를 생생히 폭로했다. 이들의 절절한 증언은 병원이 갑질문화의 첨병을 넘어 인권침해의 현장이 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회의에 참가한 국회의원들은 그간 병원현장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음을 밝히며 대책마련에 앞장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병원 내 갑질 사태 해결에 있어 유관 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강병원 의원), 보건복지위원회(남인순 의원), 여성가족위원회(남인순 의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유은혜 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들이 이날 긴급회의에 모두 참가함으로써 구체적 대책 마련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간호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근무 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 충격을 던졌다"며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하는가 하면 의료용품을 사비로 구매하게 하거나,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등 병원은 인권과 안전의 사각지대, 비리 백화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며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갑질근절을 위한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겠다. 대전-서울 을지병원에는 파업해소를 촉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인순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갑질 행태, 의료법 위반 행태를 조사하도록 하겠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처우, 야간근로, 간호수가 등 종합적으로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병원의 간호사에 대한 인권유린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심병원의 일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병원에서는 임금 갑질, 휴가 갑질, 모성 갑질, 성희롱 갑질, 비품 갑질 등등 온갖 갑질이 횡행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고 대전 을지대병원과 서울 을지대을지병원의 노동자들은 43일째 파업 벌이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천성모병원의 지시갑질도 유명하다. 인천성모병원은 3000 day, 4000 day 라는 게 있다. 해당 날에는 외래환자를 3000명, 4000명을 달성해야 한다. 신규환자 유치를 위해 거리에서 물티슈를 나눠주게 하는 등 의료인들을 환자 유치 영업에 내몰고 있다”며 또 다른 갑질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병원이 갑질로 보건의료노동자의 자긍심을 파괴하고 있다.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지 못한다. 보건의료노동자가 행복해야 국민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용감하게 증언에 나선 춘천 성심병원의 한 간호사는 “저희 병원에는 장기자랑, 체육대회, 바자회, 환자를 위한 음악회, 워크숍 등 참 많은 행사가 있고 그 때마다 간호사들은 업무와 병행해 행사를 준비한다. 이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운을 뗐다.
“1년에 한번 ‘화상회의’를 진행하는데 이를 위해 근 2개월간 새벽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3-4시경에 퇴근하기도 한다.이러한 고강도의 노동은 임산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임산부에게도 새벽까지 화상회의를 준비시켰다. 사생활은커녕 3교대 근무로 지친 몸과 마음을 휴식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성심병원의 문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민적 주목을 받긴했지만, 이것이 성심만의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 노동자들의 현실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증언에 나선 을지대학교병원 16년차 간호사 송희란 조합원은 “임신 중에도 일주일씩 당직을 했고, 일요일 명절 새벽 상관 없이 병원이 부르면 달려나가야했다. 출산 50일전까지 당직을 계속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내고 싶었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육아휴직은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 육아휴직은 다른 나라, 다른 병원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임신한 여성노동자가 야간 근무를 하는 일이 없도록,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이 충원될 수 있도록 계속 싸울 것이다. 지지하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을지대을지병원 김민영조합원은 “아프면 병가를 가야하지만 항상 인력부족으로 병원에서 대체로 병가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어느 간호사는 39도의 고열로 급성 임파선염을 진단받고 입원을 권유 받았으나 다른 직원이 병가 중이라 눈치를 보다가 결국 계속 근무를 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뒷꿈치 골절을 진단받고 걷기가 힘들었다. 근무를 하기 어려워 병가를 신청했지만 마찬가지로 인력이 부족하다며 병원이 병가를 허용하지 않아 아픈 상태로 계속 일을 해야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성심병원, 을지대병원, 을지병원, 인천성모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 ▲국회의원 진상조사단 파견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4개 관계 부처 조치 촉구 ▲병원 내 갑질 근절 대책 마련협의기구 구성 ▲을지대병원, 을지병원 장기파업 해결을 위한 적극적 중재를 요구했다.
한편, 11월 28일 세종로공원에서는 <병원 내 갑질 척결과 을지병원 파업 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