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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원 파업아침 직원에게드리는 글

by 진주한일 posted Jul 24, 200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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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 때가 생각납니다.
IMF시기 조금만 참으면 그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병원의 약속은, 임금인상은커녕 연봉제도입이라는 목조르기로 되돌아왔고 환자를 돌보는 병원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내몰았기에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은 법에도 보장된 너무도 정당한 권리라 믿었는데 노조를 혐오하고 무조건 깨려고만 하는 병원측의 탄압에 직면하자, 일순간 노조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이 이다지도 병원에 큰 죄를 짓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듣고, 온갖 협박에 폭행까지 당하면서도 우리는 당당했습니다.

우리의 죄라고는 노동자의 당당한 권리를 찾고자 한 용기밖에 없었고 우리는 정당하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온갖 탄압을 이겨내고 3년 동안 노조를 지켜왔습니다.

우리 노조가 길어야 3달, 짧으면 한달안에 박살날 것이라는 추측을 깨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인상하고, 무엇보다 우리를 돈벌이 기계로 내모는 연봉제를 막아내고, 평가라는 이름하에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인사고과를 막아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력도 보충하고, 환자들에게 공공의료를 실현할 것을 노력한다는 노사합의도 이뤄내고...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하나가 되어 투쟁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 병원측은 이번 기회에 노조를 깨기 위해 파업으로 몰아갔습니다.
2003년 7월 24일, 우리는 3년 전 노조결성때와 똑같은 절박한 심정과 위기앞에 서 있습니다.

한일병원에 노동조합이 계속 존재하느냐 아니면 노동조합이 없어지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노조를 무시하고 깨려는 생각이 없다면 어느 병원장이, 파업을 앞두고 2달동안 교섭내내 주장하던 임금동결을 파업을 앞두고도 계속 주장할 수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다음날이 파업인데도 전야제때 밤 12시가 되기 전에 퇴근하고 교섭마저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조합은 파업만은 막아보고자 애초의 82개 단협요구안을 거의 폐기하고 마지막 남은 20개도 채 되지 않는 요구안조차 수정안을 던지며 양보에 양보를 거듭 타협으로 가고자 했지만, 오로지 병원측은 이번 기회에 노조를 길들이고 깨보겠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파업전야제에 퇴근해 버리고 교섭마저 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하며 결국 파국으로 몰아갔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의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일까요?
우리 병원은 2002년까지 흑자를 기록했고, 2003년 역시 진료수가 인상으로 경영전망이 안정된 상황에서 타 병원에 비해 박봉에 시달리는 조합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나, 노동부에서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진주지역은 타 지역 임금의 70-8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이라는 것은 직원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심지어 중간 입장인 경남 지노위 공익위원조차 총액 4.5% 임금 인상안을 내놓았습니다.
계속 어렵다고만 하는 병원장에게, 공익위원이 말하기를 그러면 노조에게 경영자료를 내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라고 했지만 자료제출은 절대 안된다고 했습니다.

어렵다고 얘기 하면서 자료는 못 내놓겠다고 하고, 투자나 기타 이유로는 자금을 투여하면서 왜 한달 한달 월급받아 먹고 사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성의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이것은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장이 직원을 대하는 마인드의 문제이며, 노조를 인정하느냐 깨려고 하느냐 하는 자세의 문제입니다.


두렵기는 하지만,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물론 소수의 연약한 여성조합원들이지만 노동조합을 지키려는 그 마음만은 절실하며,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며 노조를 없애려는 병원측에 대한 투쟁의지는 확고합니다.
우리도, 몸담고 있는 병원이 언제까지나 발전하며 고용을 보장해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고용불안을 조성하면서 병원측의 욕심만 채우려는 병원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병원은 발전도 없고, 언제든 문닫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자리와 권리는 원장에게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단결해서 하나의 힘으로 뭉칠 때 노사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병원의 진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당당하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바로 노동조합만이 우리의 살길이며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와 한 배를 타고 있는 한일병원직원여러분!
우리는 결코 병원을 말아먹고자, 우리 병원을 어떻게 해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파업투쟁에 돌입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노동조합을 지켜내고 우리의 당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현 파업사태가 마무리되는 길은, 조합원을 탄압해서 항복을 받아내어 노동조합을 어떻게 해 보고자 하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버리고 병원장이 지금이라도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서 성의있는 임금안을 제출하는 길뿐입니다. 직원여러분도 많이 힘들고 괴롭고 갈등도 많겠지만, 우리 조합원의 투쟁이 우리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바로 직원전체를 위한 투쟁이라 생각, 지지해주시고 힘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병원장은 노조탄압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하라!
2003투쟁 승리하여 실질임금 쟁취하고 민주노조 지켜내자!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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