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①PA운영으로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문제점(2021.5.31.)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의 절절한 목소리 들어야
PA인력 중 대부분이 간호사!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협의, 당장 시작해야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보건의료노조’)은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코로나19 환자치료와 의료기관의 대응 상황, 보건의료 인력 운영, 야간교대근무제 운영 등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민간중소병원, 보훈병원, 근로복지공단병원 등 보건의료노조 소속 93개 지부(102개 의료기관)를 대상으로 의료현장의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7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자료를 발표합니다. ① PA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 5/31(월) ②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현장 실태 : 6/3(목) ③ 코로나19 치료현장 실태 : 6/8(화) ④ 감염병 대응기구 운영과 노조 참여 현황 : 6/10(목) ⑤ 의료기관 비정규직 실태 : 6/15(화) ⑥ 인력부족으로 인한 휴가, 휴일 실태 : 6/17(목) ⑦ 의료기관 야간교대근무 실태 : 6/21(월) |
○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PA((Physician Assistant) 운영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 그 실태를 조사한 결과 더 이상 의사인력 부족을 대체하기 위한 PA 운영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상상 초월, 거부할 수 없어
○ 이번 의료현장 실태조사에서 의사의 고유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는 명확히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각 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처치를 처방하고,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진료과에서 의사 대신 수술과 수술기록지를 작성하고, 심지어 환자의 치료 방향은 물론 암환자의 항암제 용량을 계산하고, 동맥관 채혈과 A-line 삽입 등의 침습적 시술을 시행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을 전제로 하는 환자의 수술·시술·검사 등에 대한 동의서를 의사 이름으로 받는 등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사례는 상상을 초월하여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 불법의료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도 드러났다.“당장 환자가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의사가 없거나, 연락이 안될 경우 약물이나 동의서. 드레싱, 동맥관채혈 처럼 시간을 다투는 문제는 간호사가 어쩔수 없이 처방을 입력하거나 직접 시술 처리하는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의사 1명이 중환자실을 전담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사업무를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등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불법의료행위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었고, “근무평점을 주는 진료과장 지시로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신규간호사들은 특히 더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절하기 어렵다. 상급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PA는 교수와 직속 상하관계에 있다. 교수의 지시를 경력이 적은 간호사가 거부하기 어렵다.” 등 의료현장의 위계질서 때문에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도 드러났다. PA가 해당 진료과 교수의 불법의료행위 지시 중 처방 입력과 의사가 기록해야 할 환자경과기록지 작성을 거부했다가 “그럴거면 나가라. 그만둬라. 다른 진료과는 시키는 대로 한다.”는 폭언이 쏟아진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간호사는 “PA 본인에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라, 피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결국 혼자 견디든지 나가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권력과 권위를 이용하여 불법의료행위를 요구하거나 지시할 경우 징계나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책임소재 불분명, 법적 보호 못 받아 불안감 호소
○ 의료현장에서 PA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은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 법적 처벌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PA가 “법률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법과 위법의 경계 위에 서 있다.” “불법의료행위를 하면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체성의 혼란을 늘 갖고 있고 간호사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 의료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불안과 갈등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PA가 의사 이름으로 각종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처방을 내고,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는데 처방이 잘못되거나 의무기록의 오류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문제가 생겨도 보호받을 수 없다.” “환자·보호자로부터 시술이나 수술 동의서를 PA가 받았는데, 환자가 사망하거나 안 좋아졌을 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도 확인됐다. PA인력들은 “의사 이름으로 처방을 내지만 의사들은 정작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처방한 것이 아니라며 PA에게 미룬다.” “환자·보호자들이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PA는 법적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업무를 지시한 진료부서나 간호부서에서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의사들은 본인들의 업무를 대신 이행할 것을 지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현행 법률상 행위당사자인 간호사가 처벌 대상이다. PA는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이 없다.” “의사의 고유업무를 대행함으로써 법적 책임이 발생하지만 보호책이나 구제책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무범위 불명확하고 업무 구분의 기본원칙 무너져 의료인간의 갈등과 혼선 증가
○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현장에서는 업무내용의 혼선은 물론 의료인간의 갈등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현장실태조사에서는 “명확한 업무 규정이 없다.” “의사가 할 일은 의사가 하고, 간호사가 할 일은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의료인간의 기본원칙이 무너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다 보니 “업무영역이 명확치 않아 항상 긴장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힘들다.”“의사 업무와 간호사 업무 사이에 혼선이 많다.”“의사와 PA 간호사 사이에 의견이 달라 혼란스럽고 갈등이 생긴다.”고 호소한다.
○ 업무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PA가 의사들에게 해당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의사가 정규 처방을 내지 않고 연락을 두절”해서 어쩔 수 없이 간호사가 처방을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의사들이 PA를 잡일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본인들이 하기 싫은 업무를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논문 정리나 연구 샘플 이송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의사가 일부 충원이 되더라도 의사 본인의 일을 하지 않고 PA에게 떠넘기고 있다.”거나 “의사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의사업무를 줄여주기 위해 PA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소속감 결여, 정체성 혼란, “자존감 떨어진다”
○ PA간호사들은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위치에서 간호부서 소속인지 진료부서 소속인지 간호사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PA간호사들은 “간호부와 진료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다.”“일반간호사와 의사 사이에서 역할 갈등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간호부와 진료부가 의견이 달라 부딪칠 경우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느낌이다.”고 호소했다. 또한, “진료부는 간호사를 같은 의료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PA간호사에게 의사 수준의 의사 결정을 요구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었다.
○ 의사 부족으로 PA인력이 의사들의 대체인력으로 활용되고 파견형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해당 PA간호사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하다는 호소도 있었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업무일지를 작성할 때 간호업무는 적을 것이 없어서 의기소침해진다.”“종일 내가 한 업무가 결국 의사이름으로 기록되어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허탈하다”“내 ID로 내가 한 업무를 기록하지 못해 어떤 것도 방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간호부 소속이지만 간호부서의 보호가 없어 의사 눈치를 보게 되고 불편하다.”는 등 소속감의 결여로 인한 혼란과 고통도 극심했다.
인력부족에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려
○ 의료현장의 실태조사 결과 PA인력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부족으로 몸이 아파도 병가를 사용할 수 없고, 휴가·휴일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으며, 초과근무와 밤근무까지 수행하는 게 다반사였다. 초과근무나 응급대기 콜이 발생해 근무해도 청구하지 못하거나 보상 수준이 미미한 게 현실이었다. 의사의 ID로 PA가 처방을 내는 운영시스템 때문에 월요일 처방을 위해 토요일, 일요일 근무는 물론 공휴일 근무도 요구받은 경우도 있었다.
○“의사들의 휴가에 맞춰야 해서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휴가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고 “의사는 퇴근해도 PA는 환자 처방 입력이나 구두 보고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과중한 업무량에 의사 개인업무와 잡무까지 떠맡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적고,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하지만 환자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계수당과 같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 휴게공간이나 탈의장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고용이 불안한 경우 등 근무환경은 열악했다.
인력난 가중, 인력운영의 파행과 악순환 심각
○ PA 증가로 간호인력운영의 파행과 악순환도 심각했다. 의사인력이 부족하여 의료현장은“PA인력이 없으면 의료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 수 감소와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 등으로 PA인력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의사업무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PA 인력 증가는 결국 경력간호사의 자리를 신규간호사로 대체함으로써 의료현장 인력운영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숙련도가 높은 임상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들을 주로 PA간호사로 내부발탁하고 있어 병동마다 경력간호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평상시에도 간호사들이 부족한데 PA간호사로 빠져나가다 보니 직접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대부분이 신규간호사로 편성되고, 신규간호사들이 적응하여 경력간호사로 이어지더라도 결국 또 PA간호사로 대체됨으로서 그 자리는 신규간호사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인력운영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의 심각한 문제 초래
○ 의사인력 부족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었다.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의사가 없어 응급처치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전공의가 아예 없어 중증환자가 있거나 사망시 대처가 미흡하다.”“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1명밖에 없고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가 발생할 시 대처가 어렵고, 당직 커버도 잘 안 된다.”“환자 처방에 오류가 있을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PA는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경력 제한도 없어 환자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과 PA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시작해야
○ 지난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가 개최한 불법의료 증언 좌담회를 통해 PA인력은 물론 일반간호사들에 의한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PA인력을 CPN(임상전담간호사)으로 대체하여 역할과 지위, 보상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의 이 같은 조치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는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PA인력의 불법의료행위를 공식화하는 반의료적 월권행위이다. 의협(대한의사협회)도 서울대병원의 조치에 대해 “의료인 면허체계 붕괴와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봉직의사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며 규탄 입장을 밝혔지만,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라는 근본대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는 환자를 속이는 행위이고,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이다. 정부는 더 이상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해서도 안 되고, 무대책으로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만연해 있는 PA인력의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방치·묵인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 보건의료노조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올해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3일 ▲의료현장의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실태조사와 근절방안 마련 ▲직종간 업무 범위 명확히 구분하여 의료법에 명시 ▲충분한 의사 인력 확충 ▲PA인력 실태 전수 조사하여 불법의료문제 해결 등 4대 요구를 정부에 전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 PA인력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는 절절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PA인력 문제는 개별 의료기관이 이름을 바꿔 해결할 문제를 넘어섰다. 근본적 해결대책 비껴가기로 일관하고 있는 의협과 타협할 문제도 아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가 나서서 보건의료노조, 의협(대한의사협회), 병협(대한병원협회), 간협(대한간호협회) 등 해당 당사자조직이 참가하는 협의 자리를 만들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과 PA인력 문제 해결방안을 명확히 마련할 것을 제안해놓고 있다. 정부가 책임있게 나서야 할 때다.
2021년 5월 3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